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현대 철학의 거성 장 보드리야르 별세

등록 2007-03-07 19:03

가상과 현실 경계 모호성 시뮐라시옹 이론 주창
‘시뮬라시옹’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6일 파리에서 7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떴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로 이름을 떨쳤던 보드리야르는 1929년 프랑스 서부 랭스에서 태어나 한 때 고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파리 10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사물의 체계>(1968)에서 <불가능한 교환>(1999)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20여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의 독창적인 ‘시뮬라시옹’ 이론은 대중생산과 대중매체, 인터넷과 사이버 문화의 시대를 해석하는 탁월한 이론 틀로 받아들여져 1970년대 이후 포스트 모던 문화이론과 철학, 미디어, 예술이론 등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시뮬라시옹’이란 실재에서 현상이 파생해 나오는 과정을 말한다.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그는 ‘시뮬라크르’라고 불렀다. 서방 철학의 할아버지인 플라톤은 시뮬라크르를 본질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보아 철학 탐구의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보드리야르는 되레 시뮬라크르야말로 현대 사회의 실재를 지배하는 존재라고 해석했다. 시장에서 널리 팔리는 상품은 현실의 모사나 이미지이며, 사람들은 이 상품의 이미지나 기호를 소비한다는 게 보드리야르의 해석이다. 시뮬라크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실재와 그 재현물(시뮬라크르)의 관계는 역전되며, 더 이상 흉내낼 대상이나 원본이 사라진 세계에서 시뮬라크르들은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극실재’(하이퍼리얼리티)를 생산해낸다. 더 이상 원본은 없고 어떤 의미에서는 원본과 복사본의 구별조차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연구에서 출발한 보드리야르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생산보다 ‘소비’에 주목함으로써 넘치는 대량생산물과 이미지 소비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의 이론은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대량 소비사회로의 진입, 사이버 시대의 도래 등 현실 상황과 맞물리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1991년 걸프전 때 “이 전쟁에선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았다”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학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0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보드리야르는 “한반도가 통일돼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경계가 사라지면 문화적이고 비물질적인 대립과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며 “한국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상수 기자, 연합뉴스 lee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