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대신 열차…에너지 절약 호텔 이용
[통신원리포트] 베를린
6일부터 1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여행박람회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여행상품들이 인기를 모았다. 환경문제가 유럽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애초의 테마였던 ‘인도’는 뒤로 밀리고 생태여행 상품이 각광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적인 여행상품들은 80년대 녹색당 환경운동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왠지 촌스럽고 낯선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행을 선도하는 세련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박람회에서는 생태여행 상품으로 친환경 세제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형 호텔 숙박,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사는 지역 시찰, 남미의 재조림 사업 현장 방문, 아프리카 사회봉사 활동 등이 소개됐다. 이런 여행상품들은 대개 비행기 대신 버스, 기차와 같이 ‘환경을 덜 훼손하는’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때문에 700km 이상의 장거리 여행일 경우 8일 이하의 여행일정은 아예 리스트에도 없다.
‘생태여행’을 주관하는 곳으로는 슈투디오스(Studios) 여행사, ‘다르게 여행하기 포럼’(FAR)이라는 환경단체 등이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장기적인 영향까지 생각하는 관광’이다. 즉 여행을 통해 여행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며, 경제적·생태적 이점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다르게 여행하기 포럼’ 회장 롤프 파이퍼는 “생태여행이란 환경문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사회적 요소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비행을 하는 이들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는 공익단체도 등장했다. 독일 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어트모스페어(Atmosfair)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자에게 비행거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계산해 이에 상응하는 기부금을 책정한다. 기부자는 각자 자신에게 책정된 기부금을 자발적으로 낸다. 여기에 기부된 금액은 전액 개발도상국의 환경보호를 위해 쓰인다.
파이퍼 회장은 “몇 주 전부터 어트모스페어의 기부 건수가 하루 20건에서 500건으로 늘었다”며 “그러나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방출은 전체의 3%만을 차지할 뿐인 만큼 비행기에게 모든 죄를 돌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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