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유엔, 약자에 불평등 지적
독일 내에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 총회에서 독일의 교육체계가 사회적 약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의 보고가 계기이다. 지난해 2월 열흘간 독일을 방문했던 유엔 교육문제 특사 베르노어 무노즈는 유엔 인권위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계와 실업계로 분리되는 ‘조기 분리 교육제도’는 독일의 빈곤층, 이주민 출신, 장애인 학생들에게 매우 불리하여 차별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정부에게 현재의 교육제도를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성적에 따라 인문계인 김나지움과 실업계인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중 하나로 진학하게 된다. 세 학교 중 특히 성적이 가장 낮고 학업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다니는 하우프트슐레는 이미지가 나빠, 졸업 후 진로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하우프트슐레 학생들의 사기가 더욱 떨어지고,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 수도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 문제로 온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던 ‘뤼틀리학교’도 바로 하우프트슐레다. 얼마전 독일 저명 교육학자로 구성된 ‘독일 교육행동위원회’는 하우프트슐레를 아예 폐지하고 김나지움과 실업계 학교 두 개로 나누는 제도를 택하라고 권고했다. 독일에서는 유엔 인권위로부터 쓴 소리를 듣게되자 많은 이들이 발끈했다. 코스타리카 출신 유엔 교육특사가 독일을 며칠간 순방했다고 해서 복잡한 독일 교육계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독일 교육부는 “독일의 조기분리 제도는 실업계 학생도 열심히 공부하면 인문계로 편입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유엔 특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독일 유엔 대사도 “독일은 장애 학생들을 특히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응수했다. 독일 문헌학자 연대 등 교육 전문가들은 “독일 교육 개선은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을 더 잘 지원하는데 열쇠가 있다”며 학제 자체를 비판하는 무노즈의 지적이 오류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독일 교원노조 쪽은 유엔특사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독일 정부가 교육제도와 사회적 약자들이 받는 불이익의 연관성 연구를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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