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를 폭력적으로 전복할 계획을 실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베레조프스키의 인도를 영국에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발언으로 양국 사이의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베레조프스키는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푸틴 정권 전복에는 힘을 사용해야 한다”며 “민주적 수단으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며, 힘과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푸틴 정권 전복을 위해 러시아 엘리트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러시아 안에서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주로 재정적으로” 푸틴 정권 전복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면 ‘동지’들이 위험해진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해에도 푸틴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는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옛 소련 체제 붕괴 뒤 국유재산 사유화 과정에서 싼 값에 이를 넘겨받아 석유재벌로 부상한 베레조프스키는 8억5천만파운드(약 1조57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공을 세웠지만, 이후 푸틴 대통령이 과두 재벌인 ‘올리가르키’들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베레조프스키의 인도를 요청했지만, 영국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베레조프스키의 발언을 접한 러시아 크레믈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수석대변인은 “그런 발언은 범죄행위”라며 “영국 정부가 러시아 정부 전복을 꾀하는 그한테 망명자 신분을 부여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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