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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대선, 이변없이 좌우·남녀 대결로 압축

등록 2007-04-23 07:33

중도.극단주의 실패, 첫 여성대통령 탄생여부 관심

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결선에 올린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유권자들이 결국 중도나 극단주의 노선을 피하고 전통적인 좌.우 진영에 표를 몰아줬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번 투표 결과는 또 한때 사라지는 듯 했던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점, 사르코지와 루아얄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50대 전후 세대가 대권을 거머주는 세대 교체가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 중도.극단주의 실패..전통의 좌.우 대결로 압축

올들어 일기 시작한 중도 후보 프랑수아 바이루의 돌풍은 결국 일과성 바람으로 끝났다.

바이루는 전통적인 좌.우 분열 정치로 프랑스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도로의 통합을 주장, 한때 여론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바이루 노선은 특히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이끈 좌파 정권에 이어 자크 시라크의 우파 정권이 12년 통치했지만, 경제 침체와 이민자 소요 사태 등으로 커다란 문제를 노출한 데 따른 유권자의 실망감에 편승해 좌.우 진영을 압박했었다.


바이루는 루아얄로부터는 중도 좌파 지지표를, 사르코지로부터는 중도 우파 지지표를 잠식했고, 결선에서 사르코지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선호되면서 사르코지와 루아얄 모두를 위협했었다. 바이루는 또 집권하면 좌.우 세력을 망라한 대연정을 펴겠다고 공약하며 기염을 토했다.

바이루는 그러나 중도의 모호함, 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정치 불안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유권자들로부터 결국 외면을 당하며 좌.우 구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루와 함께 강력한 변수로 작용한 극우 후보 장-마리 르 펜의 변수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민정책과 유럽통합 문제에서 르 펜이 표방한 과격한 정책 노선이,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의 불안을 유발한데다, 2002년 대선 때 르 펜의 진출 충격에 대한 기억이 유권자로 하여금 르 펜을 피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 주목

루아얄이 지난해 사회당 경선에서 당내 쟁쟁한 중진들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첫 여성 대통령 가능성은 한껏 고조됐었다.

루아얄은 그러나 남성 중심주의 프랑스 정계에서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잇단 말 실수, 당 내분 등을 거치면서 루아얄의 지지도는 침체에 빠졌다.

그는 선거전 막판에 이르러서야, 반(反) 사르코지 기류, 전통적인 좌파로부터 지지 회복 등의 요소에 힘입어 사르코지를 따라 잡기 시작했다.

또 유권자들이 남성 위주의 기존 정치판에 식상해하고, 시라크 12년 통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분위기도 루아얄의 결선 진출을 견인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루아얄은 1차 투표를 기준으로 한 지지도에서는 줄곧 사르코지에 밀렸지만, 결선을 앞두고 좌.우 대결이 본격화하면 전통적으로 강세인 좌파가 그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 볼 만한 승부라는 게 사회당 측의 계산이다.

중도파 바이루를 지지한 유권자와 극우파 르펭 지지세력이 결선에서 어느 쪽에 표를 몰아줄 것이냐가 대선의 승부를 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치 세대 교체

사르코지 52세, 루아얄 53세.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차기 대통령이 판가름나게 됨에 따라 5월 6일 결선 뒤 프랑스 정계에서는 확실한 세대 교체 바람이 일 전망이다.

두 사람은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전후 세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구 시대와의 단절과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정치로 진입하게 된다.

50대 대통령의 출현에 따라, 6월 총선 등을 거치면서 여야 정계에서도 신진 정치인들로 대폭 물갈이 되는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프랑스는 이번 대선을 기회로 침체와 위축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변화와 개혁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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