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프 대선 ,1차투표 50년만에 최고 흥행
전통 좌-우 대결에 중도 사게 ‘열기 후끈’…2차 투표 흥행에도 영향
전통 좌-우 대결에 중도 사게 ‘열기 후끈’…2차 투표 흥행에도 영향
프랑스 대선이 1차 투표에서 40여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열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투표율 84.6% 속에서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집권 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31.11%,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25.84%를 얻어 1·2위를 차지하며 결선투표에 올랐다. 결선투표는 오는 5월6일 치러진다.
기록적인 이번 투표율은 2002년 1차 투표 때의 71.6%보다 1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2002년 당시 결선 투표율 81%보다도 4% 가까이 높다. 1965년의 역대 대선 1차 최고 투표율 84.8%와 맞먹는다.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외면하고 놀러 가기 좋은 화창한 휴일 날씨를 고려하면, 놀라운 투표율이다. 미국의 2004년 대선 투표율 51.6%, 2002년 한국 대선 투표율 70.8%보다도 훨씬 높다.
2002년의 뼈아픈 교훈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모았다. 당시 극우파 장마리 르펜이 44년 만에 대통령 선거 결선에 진출하면서, 프랑스는 물론 전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1969년 기록(77.6%)을 깨는 최악의 투표율 속에, 극우파가 결집한 때문이었다.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후보는 3위에 머물러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민주주의가 퇴보했다’ ‘프랑스 정치와 좌파가 죽었다’라며 프랑스 사회는 전율했고 ‘내가 투표하지 않은 탓이다’라는 자성도 물결쳤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장마리 콜롱바니 편집장은 22일 “국민들은 (2002년 1차 대선투표일) 4월21일의 기억을 씻어버리기 원했고, 기록적 투표율은 국민이 다시 선거의 주도권을 쥔 것을 의미한다”며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희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통적 좌우 이념대결에 중도파가 합류해, 더욱 뜨거운 열기를 모았다. 중도파 프랑스민주동맹의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는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결선에 오르면 누구든 물리칠 것으로 예상됐다.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가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것도 관심을 북돋웠다. 2005년 교외 폭력사태 때, 자신들을 ‘폭도’라고 부른 니콜라 사르코지에 반대하는 이민자 계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도 투표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좌우를 하나로 묶겠다”던 바이루는 18.55%, 극우전선 르펜은 10.51%로 탈락했다. 뜨거운 선거 열기로 결선투표 또한 어느 한쪽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1차 투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사르코지가 루아얄을 꺾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속단은 이르다.
52살의 사르코지와 54살의 루아얄이 본선에 진출함으로써, 2차 대전 이후 세대가 앞으로 5년 동안 프랑스를 이끌게 됐다. 두 후보는 12년간 프랑스를 이끈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프랑스’ 건설을 내걸고 있다. 두 후보는 오는 5월2일 텔레비전 맞대결에서 불꽃튀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파이낼셜타임스>는 22일 “프랑스 국민들은 변화와 안정을 함께 바란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지만, 어느 한쪽에 압승을 안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