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가족력을 가진 영국의 두 부부가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 '맞춤 아기'를 낳기 위해 처음으로 배아 검색을 신청해 생명윤리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커플들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큰 유전자(BRAC1)를 보유하지 않은 건강한 배아를 따로 골라내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에 요청했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한 지 14일 이내 태아 전 단계를 말한다.
런던 대학병원(University College Hospital)의 의사인 폴 세르할은 25일 두 부부를 대신해 HFEA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수개월 내에 HFE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아 검색을 신청한 20대 부부는 3대에 걸쳐 유방암으로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었다. 아내 헬렌은 12세 때 BRAC1 유전자를 보유한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엄마는 유방암 치료 후 난소암에 다시 걸려 4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헬렌의 할머니와 증조할머니도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헬렌도 BRAC1 유전자를 보유했다. 이 유전자는 성인이 된 후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을 60∼80%까지 높일 수 있다. BRAC1 유전자를 보유한 여성은 난소암에 걸릴 위험도 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렌은 배아 검색 절차를 통해 결함 유전자를 가진 배아는 폐기하고 건강한 배아를 따로 골라내 자궁에 이식받아 출산함으로써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유방암의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HFEA는 이미 작년 5월 의료진에게 인공 수정 후 배아가 BRAC1 유전자를 가졌는지 검사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과거 HFEA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90∼100%인 유전자에 한해서만 배아 검색을 허용했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유전자를 보유했다고 반드시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며 배아 검색은 생명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인 처사라고 반대하고 있다.
비판가들은 이런 식으로 맞춤 아기를 허용하면 나중에는 외모가 아름답고, 지능이 뛰어난 아기만 골라서 낳는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비판가들은 이런 식으로 맞춤 아기를 허용하면 나중에는 외모가 아름답고, 지능이 뛰어난 아기만 골라서 낳는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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