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배 기자의 프랑스 대선 현장]
중도파 표 막판 변수로
중도파 표 막판 변수로
“누가 될 것 같아?” “사르코지 아니겠어?” “루아얄도 몰라!”“이렇게 팽팽했던 적은 없었지 아마!”
3일 밤 10시께(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 코르셀라 거리의 식당 보펜지. 저녁을 먹던 40대 직장인 다섯이 6일 대선 결선투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식당·카페·펍을 가릴 것 없이 파리에선 가는 곳마다 유례 없는 대선 열기로 달아올랐다.
텔레비전에서는 우파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좌파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선거방송 광고가 번갈아 흘러나왔다. 다른 채널에서는 두 후보가 권투장갑을 끼고 링에서 결전을 벌이는 모습으로 한판 승부를 표현했다. 택시를 타면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수없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끄럽다.
우파의 세 차례 연속 집권인가? 프랑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인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판도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사르코지 쪽으로 대세가 기운 듯했으나 투표를 사흘 앞두고 ‘바이루 복병’이 출현했다. 1차 투표에서 18.57%(682만표)을 얻었던 중도파 프랑스 민주동맹의 프랑수아 바이루가 일간 <르몽드> 3일치 회견에서 “사르코지를 찍지 않겠다”며 루아얄 지지를 내비친 것이다.
첫 텔레비전 토론 뒤 여론조사기관 세에스아(CSA)는 사르코지가 53% 대 47%로 격차를 2%포인트 더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루의 발언은 루아얄에게 상당한 힘이 된다. 사르코지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예상했던 극우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은 지지자들에게 이미 기권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르몽드>는 “루아얄에 내기를 걸라”고 보도했다. 루아얄도 “아직 이틀이 남았다”며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고 지지자에게 호소했다.
젊은층에선 루아얄 지지가 높았다. “사르코지는 인종주의자야. 르펜과 똑같다니까!”(페라리 조한·23), “루아얄은 우아하고, 더 인간적이야. 어린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모두를 위한 정책을 갖고 있어!”(엘카임 베고니크·25), “사르코지는 말만 번지르하고 부자들만 생각해!”(샹퍼 비르질라·22)
하지만 루아얄 지지자들도 승리는 확신하지 못한다. 비르질라는 “사르코지가 싫지만, 그가 당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분석도 사르코지 쪽으로 기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루아얄이 성질을 부리면서 결정타를 날리는 데 실패했다”며 “사르코지는 점점 더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적 지진이 벌어져야, 사르코지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누가 당선되든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번 대선이 최근 어느 나라 선거보다도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다는 점이다. 1차투표 때 84.6%란 경이적 투표율을 보인 이번 선거는 결선투표에서 더 높은 투표율이 나올 게 확실시된다.
또 이번 대선으로 프랑스 정치사에는 큰 획이 그어질 것이다. 새로운 전후세대 지도자를 맞게 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프랑스 대외정책의 가장 급격한 변화는 사르코지나 루아얄의 취임이 아니라, 시라크의 퇴임”이라고 1일 규정했다.
지난 12년 동안 프랑스를 이끈 우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인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과 함께 전전 세대의 좌우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들의 퇴장은 프랑스에 새로운 좌우진영의 탄생을 의미한다. 사르코지는 시라크와 달리 프랑스 민족주의의 색채를 많이 탈색했다. 루아얄 또한 이념보다는 실용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공식유세가 끝나는 4일 루아얄은 서부 브르타뉴 지역에서 두 차례 유세를 벌였다. 사르코지는 이날 2차대전 영웅 추모식에 참여했다. 6일 투표는 아침 8시 시작돼, 저녁 8시(한국시각 7일 새벽 3시) 마감된다.
파리/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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