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배 기자 프랑스 선거현장을 가다
식당 카페 택시서도 열기…중도파 표 막판 변수로
식당 카페 택시서도 열기…중도파 표 막판 변수로
“누가 될 것 같아?” “사르코지 아니겠어?” “루아얄도 몰라!” “이렇게 팽팽했던 적은 없었지 아마!”
3일 밤 10시께(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 쿠르셀 거리의 식당 부팽제르. 저녁을 먹던 40대 직장인 다섯이 6일 대선 결선투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대선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신문·잡지 판매대는 두 후보의 얼굴이 1면과 표지를 덮은 신문과 잡지로 가득 차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선거방송 광고가 번갈아 흘러나온다. 두 후보가 권투장갑을 끼고 링에서 결전을 벌이는 모습으로 한판 승부를 표현하기도 한다. 택시를 타면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수없이 나오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끄럽다. 지난 2일 열린 우파 대중운동연합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좌파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 사이의 텔레비전 토론회 시청률은 월드컵 결승전 2006년 프랑스-이탈리아전(22.1%), 1998년 프랑스-브라질전(20.7%)과 맞먹는 20.4%를 기록한 데서 대선 열기는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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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막판 새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사르코지 쪽으로 굳어지던 판도가 끝까지 흔들리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8.57%(682만표)를 얻었던 중도파 프랑스 민주동맹의 프랑수아 바이루가 일간 <르몽드> 3일치 회견에서 “사르코지를 찍지 않겠다”며 루아얄 지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때문에 <르몽드>는 “루아얄에 내기를 걸라”고 보도했다. 루아얄도 “아직 이틀이 남았다”며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고 지지자에게 호소했다.
젊은층에선 루아얄 지지가 높았다. “사르코지는 인종주의자야. 르펜과 똑같다니까!”(페라리 조앙·23), “루아얄은 우아하고, 더 인간적이야. 어린이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모두를 위한 정책을 갖고 있어!”(엘카앵 베고니크·25). 반면, 1차 투표에서 바이루를 찍었다는 호텔 직원 니콜라 그랑디(34)는 “루아얄은 새롭지만 사르코지만큼 돌파력이 없다”며 “경험도 많고 말한 것을 실천하는 사르코지를 찍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분석은 사르코지 쪽으로 기운다. 2일 텔레비전 토론 뒤, 여론조사기관 세에스아(CSA)는 사르코지가 53% 대 47%로 격차를 2% 포인트 더 벌렸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루아얄이 성질을 부리면서 결정타를 날리는 데 실패했다”며 “사르코지는 점점 더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적 지진이 벌어져야 사르코지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누가 당선되든 이번 대선은 최근 어느 나라 선거보다도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1차투표 때 84.6%의 경이적 투표율에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높은 투표율이 확실시된다. 또 이번 대선으로 프랑스 정치사에는 큰 획이 그어질 것이다. 새로운 전후세대 지도자를 맞게 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프랑스 대외정책의 가장 급격한 변화는 사르코지나 루아얄의 취임이 아니라, 시라크의 퇴임”이라고 1일 규정했다. 지난 12년 동안 프랑스를 이끈 우파 시라크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인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과 함께 전전 세대의 좌우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들의 퇴장은 프랑스에 새로운 좌우진영의 탄생을 의미한다.
공식 유세가 끝나는 4일 루아얄은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에서 두 차례 유세를 벌였다. 사르코지는 이날 2차대전 영웅 추모식에 참여했다. 6일 투표는 아침 8시 시작돼, 저녁 8시(한국시각 7일 새벽 3시) 마감된다. 파리/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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