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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사르코지 당선을 바라보며…

등록 2007-05-07 10:56

오늘 열린 프랑스 대선 2차 결선 투표에서 집권당 니콜라 사르코지가 사회민주당 세골렌 후아얄을 누르고 제5공화국 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선거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번 대선에서의 승리를 예감케 했던 그는 예상대로 2차투표에서 53%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경쟁자 후아얄을 제쳤다. 2차 선거운동 기간동안 친 사르코지-반사르코지 세력간의 전선이 형성돼 선거의 흥미를 높히기도 했지만 결국 별다른 반전 없이 친사르코지 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부터 관심있게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많은 바를 배우고 느꼈지만 결국 사르코지의 승리로 귀결된 것을 바라보며 몇 가지 사항에 논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대선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느낀점은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정치에 민감하고 관심이 많은 국민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의 여파인 탓이 크겠지만 1,2차 투표에서 이들 국민이 보여준 85%에 달하는 투표율은 근래 보기 드문 높은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등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나 이' 민주주의' 라는 단어가 자꾸 거슬리는 건 왜일까?

과연 이번 대선에서 보여진 높은 참여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것일까? 르펜이 2차 결선에 나왔던 지난 대선의 충격 때문에 이들이 움직인 것은 아닐까? 또, 좌우 대결로 이루어진 2차 투표의 흥행성 때문은 아닐까?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아, 전후 구세대 정치의 종결과 신세대 정치의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시기적 요인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야 할까? 결국 이번 대선을 보면서 느낀 점은 2차결선에 임한 두 후보는 마치 링 위에서 격투를 벌이는 격투기 선수들로 만들어 그들의 격투장면을 사람들의 머리속으로 미쟝센시키는 언론의 본질적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와 언론의 상관 관계, 다시 말하자면 현대 정치인들과 언론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한판 크게 벌이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말로 둔갑하여 민중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한편, 어느 정도 예견된 후아얄의 패배를 바라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이제는 해묵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좌파의 딜레마'라는 게 새삼스레 떠오른다. 80년대 후반 소련 붕괴이후 촉발된 좌파이념의 상실로 비롯되어 현재까지 이르는 좌파세력의 공동화 현상이 아직까지도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는 우리 사회 죄파 세력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면도 있어 매우 관심이 많은 현상 중 하나인데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을 내릴 수 있을까? 갈수록 우향우 하는 동시대 우파 정권에 발맞추어 좌파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우파의 영역에 뛰어들어 이 땅은 니네들 것만은 아니라며 그 소유권을 주장할 것인가? 이번에 후아얄이 선전한 것이 과거 좌파적 이데올로기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전통적인 우파적 관념인 민족주의를 이용한 선거 유세가 그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의심스러울 뿐이다. 전통적으로 우파적 민족주의자들은 극우당인 르펜 또는 우파인 사르코지를 지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골렌이 그나마 선전한 이유는 결국 좌파 세력의 (2002년의 재림을 막기 위한) 결집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녀가 우파적 성향을 보였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들은 어떤 대안을 택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이들이 가까운 미래에 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 시대적 우익화 현상에 그대로 포획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며 그 자리는 중도당이나 중도 우파가 물려받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 2프로도 안되는 지지율을 얻은 공산당의 처지를 보면서 느낀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의 또 하나의 화제가 되었던 중도우파 바이루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는 두번째 주제인 좌파의 몰락과 관계깊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요는, 그 동안 좌파에 몰렸던 표들이 이번에는 세골렌이나 바이루에게로 몰린 것이다. 결국, 표들이 중도나 우로 이동했다는 것인데 사르코지의 정치적 노선이 그 동안의 우파 후보들보다 오른쪽에 있다는 점을 볼 때 자연스런 현상일 테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극단을 배제하고 중도로 표가 몰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전체적으로 사상적 노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표가 가운데로 몰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사회전체의 우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프랑스 뿐만 아니라 현재 유럽 주요국가들에서 계속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현상이라 그 결과가 우려스럽다.

어쨌든 길고 길었던 선거의 여정은 사르코지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사르코지의 집권은 분명 새로운 것을 약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떻게 새롭냐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르코지를 찍는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들이고, 후아얄을 찍는 사람들은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던 터라 그 결과가 궁금했는데 결국 현명한 사람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솔직히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세력을 가르려고 할 의도는 없었지만 마땅히 각 세력을 특징지을 만한 방법이 없었기에 억지로 한번 구분지어본 것 뿐이다. 사르코지를 찍는 것을 현명하다고 이름붙인 것은 프랑스가 현재 처한 위기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후아얄보다는 사르코지의 정책들이었다는 점에서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가치는 않는다. 쇼크 효과는 언제나 크게 수혜를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크게 피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속적인 방법적 질문론을 언급한 이유다. 앞으로 있을 6월 의회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해지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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