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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미국 따라하기’ 신보수 깃발…반대파 융합에 성패

등록 2007-05-07 19:44수정 2007-05-07 22:52

<b>콩코르드 광장의 환호</b> 6일 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콩코르드 광장의 환호 6일 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사르코지의 프랑스 어디로 갈까
니콜라 사르코지 당선자가 프랑스를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지는 비교적 또렷해 보인다. 그가 우파적 사회·경제정책을 관철해 가는 과정에서 약 47%의 세골렌 루아얄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있을지, 아니면 심한 파열음을 낼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대미관계는 시라크 대통령 시절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또 한 명의 전후세대 50대 지도자를 반기고 있다.

외국인 유입 ‘좁은문’…이민자 반발 불보듯
사회 다양성 위기 맞나

사르코지는 선거 쟁점이던 범죄 및 이민 정책과 관련해 법 질서 확립과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으면서 양질의 노동력은 적극 받아들이는 식으로 이민자 통제 정책 강화를 제시했다. 공약에 따라 국가 정체성 및 이민 담당 각료직이 신설돼 외국인 유입에 큰 폭의 제한 조처가 뒤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2005년 말 이민자 및 청소년 폭동사태가 그의 강력한 치안정책에 의해 촉발된 측면도 있어 이민자 사회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노동시장 유연화와 감세,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 및 근로시간 연장,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 적극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주 35시간 근로제가 탄력적으로 개편돼 시간외 근무가 장려되고 ‘더 일한 만큼 더 버는’ 체제로 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필연적으로 수반될 근로시간 연장, 국영기업 민영화와 공공 서비스 축소, 공무원 감축, 사회복지의 약화는 노동계와 빈곤층의 강력한 반발과 사회 불안이 우려된다.

그러나 그가 미국식 자본주의에는 호의적이어도,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이른바 ‘프랑스 애국주의’ 정책에는 주력할 것으로도 보인다.

<b>항의 시위</b>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승리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6일 프랑스 남부 도시 몽펠리에의 대중운동연합(UMP) 본부 앞에서 폭동진압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항의 시위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승리에 항의하는 군중들이 6일 프랑스 남부 도시 몽펠리에의 대중운동연합(UMP) 본부 앞에서 폭동진압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한걸음 더 미국 곁으로…이라크전에 반대
외교정책 어떻게 바뀔까

사르코지는 ‘프랑스 여권을 지닌 신보수주의 미국인’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미국에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선 뒤 “이제 미국이 양국 관계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르코지가 자크 시라크 대통령보다는 미국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프랑스-미국 외교관계의 기조까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는 전망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과 같은 위대한 나라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투쟁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될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난화 대처에 소극적인 미국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미국이 이끈 이라크 전쟁에는 반대하는 등 전통적 프랑스 독자주의까지 팽개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비시>(BBC)는 “그는 분명한 미국 추앙자다”라면서도 “시라크 대통령 때의 정책들을 많은 문제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문제는 강력한 제재에 찬성하면서도 군사 개입에는 반대하고 있다.


유럽연합 개혁 기수로…터키 가입엔 반대
유럽통합 가속화 할까

사르코지는 유럽연합이 몇 해째 골치를 썩고 있는 유럽연합 헌법 문제에 빛을 비추고 있다. 유럽연합 헌법을 다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게 아니라 ‘미니조약’ 형태로 추진하자는 생각이다. 2005년 프랑스가 유럽연합 헌법을 거부함으로써 빚어진 위기를 해결할 길이 보이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르코지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52) 총리,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56) 장관, 조제 마누엘 바호주(51)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함께 “유럽연합의 개혁을 상징하는 ‘드림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연합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인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또 사르코지는 유럽중앙은행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일자리를 창출해 주기를 바라는 점에서 다른 회원국과 충돌할 수 있다.


유대계 이민2세로 프 주류사회 진입
‘법대로’ 인기 뒷면 이민자 반발 불러

사르코지 누구인가?

사르코지 주요 경력과 정책
사르코지 주요 경력과 정책
프랑스의 첫 전후세대 최고지도자가 된 사르코지는 언제나 이방인임을 강요받았던 ‘유대인’이다. 어머니는 그리스계 유대인이며, 헝가리 귀족 출신인 아버지는 2차대전 뒤 공산정권을 피해 이민왔다. 동유럽 출신의 이민 2세인 유대계가 서유럽 주요 국가의 정상에 오른 것은 유럽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일이다.

하지만 소수자와 비주류의 상징인 유대인과 이민자에서 사르코지의 정치적 정체성을 찾을 수는 없다. 주류보다 더 주류적 가치에 충실한 야심만만한 비주류의 전형이 사르코지다.

그는 미국을 “위대한 나라”라 부르며 미국식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신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더 많이 일하면 더 많이 벌도록 하겠다’는 자유시장주의자다. ‘법과 질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프랑스 보수 일간 <르피가로>는 7일치 사설에서 “프랑스는 우경화하면서 신보수주의적 전환기를 맞았고, 6월 총선은 이를 확인시켜 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의 성향을 읽는 열쇳말은 야심과 열등감이다. 어릴 때부터 대통령을 꿈꿔온 그는 2004년 텔레비전에 나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거울을 볼 때마다”라고 대답했다.

부모의 이혼, 작은 키, 엘리트 코스를 벗어난 이력은 뿌리깊은 열등의식의 원천이다. 프랑스의 정통 엘리트 양성학교인 파리행정학교(ENA)를 졸업하지 않은 그가 일약 전국적 정치인으로 명성을 올리게 된 계기는 1993년 뇌이쉬르센 시장 재직 시절 발생한 유치원 인질사건이다. 폭발물이 터질 위험이 있는 곳에 목숨을 걸고 들어가 범인을 설득한 그의 대담함이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대권을 향한 집념의 승부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르코지는 당선 뒤 “프랑스인은 변화를 선택했다.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적과 동지’를 분명히 가르는 그는 통합보다는 분열에 가까운 지도자다. 주류 우파적 질서를 주창하는 그가 프랑스 사회의 통합을 일궈낼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파리/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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