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패배 좌파 어디로?
프랑스 우경화 가속…102년 좌파정당 역사 기로에
책임논란 일듯…다음달 총선서 ‘기사회생’ 할까
프랑스 우경화 가속…102년 좌파정당 역사 기로에
책임논란 일듯…다음달 총선서 ‘기사회생’ 할까
6일 밤(현지시각)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는 “지지자들의 낙담을 이해한다”며 ‘패배의 변’을 밝혔다. 사회당은 또 실패함으로써 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통치기간까지 포함해 17년 동안 엘리제궁을 내주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루아얄 개인의 문제인가?=프랑스 정치권과 학계 등은 사회당이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점치고 나섰다. 전신인 ‘인터내셔널 프랑스지회’까지 포함하면 102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좌파 정당의 간판인 사회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극우주의자 장마리 르펜에게 뒤져 결선에도 못 나간 데 이은 3연속 실패가 준 충격파가 그만큼 크다. 1969년 공식 출범한 사회당은 좌-우 동거 정부를 빼고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재임 1981~95년) 시대를 유일한 ‘집권의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위기에 빠졌다.
우선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이 불가피하다. 루아얄 개인의 취약함 때문인지 사회당의 문제인지가 그 핵심이다. 루아얄은 당내 경선 때만 해도 시라크 대통령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프랑스인들에게 큰 호소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정부가 25살 미만 취업자 해고를 자유롭게 한 ‘최초고용계약제’를 도입하려다 큰 저항을 만났을 때 니콜라 사르코지의 대권 꿈 역시 멀어지는 듯했다.
루아얄은 그러나 우파적 행보와 실수를 거듭하는가 하면, 무소속처럼 선거를 개인화시키는 면을 보이기도 했다. 중도 유권자를 끌려는 노력으로도 평가할 수 있지만, 선거에 진 지금은 책임 추궁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전 유럽장관은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루아얄한테 감사를 표한 다음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루아얄이 ‘용도 폐기’됐음을 주장했다.
저변에 깔린 프랑스인들의 우경화=선거 민심은 ‘우경화’라고 할 수 있다. 1차에서 중도파인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민주동맹 총재에게 간 표 중 사르코지는 40%, 루아얄은 38%를 결선에서 끌어왔다. 그런데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한테 갔던 표는 사르코지가 63%를 취한 반면, 루아얄은 15%밖에 못 건졌다. 79살의 르펜이 정치무대를 떠나면, 그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사르코지한테 기울 것으로 보이는 점도 사회당을 암울하게 만든다.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을 뺀 좌파가 끌어모은 표는 10%도 안 돼 전반적으로 좌파 약세가 가시화됐다. 투르대의 장필리프 루이 교수는 “좌-우 균형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전환점을 이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이 때문에 사회당 안에서 중도파를 안아야 한다는 쪽과 기존 이념을 지키자는 세력 간에 이념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재무장관을 지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좌파가 이렇게 약했던 적은 없었고, 자기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전통 노선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 루아얄한테 진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는 “좌와 우의 혼돈”을 패인으로 지목하고 정통 사회당의 색깔을 되찾자고 주장했다.
사회당의 일부가 1차 투표에서 18.6%를 얻어 약진한 바이루 등 중도파에 접근할 수도 있다. 중도 지향 세력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1981년 영국 노동당의 중도노선 세력이 사회민주당으로 딴살림을 차린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당에는 다음달 10일 총선이라는 기회가 한 번 더 있다. 총선에서도 ‘재기 불능’ 판정이 내려지면 사회당의 앞날은 예측불가 상태에 빠진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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