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적 관광상품 봇물
독일어의 ‘Fernweh’라는 단어는 ‘멀리 떠나고 싶어 병이 났음’, 즉 역마살을 뜻한다. 막강한 경제력과 긴 휴가, 자국의 궂은 날씨와 맛없는 음식은 독일인을 전세계에서 국외 여행을 가장 많이 떠나는 민족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이런 독일인들마저 바꾸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진보적인 독일인들이 온실가스를 대거 방출하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휴가를 떠나는 대신, 기차 등으로 가까운 국내 여행지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독일 동북부 발트해의 메클렌부르크 지역에는 최근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지역 관광청의 토비아스 보이텐도르프는 “지구 온난화에 민감한 여행자들이 우리 지역을 찾고 있다”며 “발트해 지역에 오는 많은 이들이 항공 여행으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독일 국내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야기한 기온 상승이다. 이날 메클렌부르크 지역은 독일인들이 즐겨찾는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카보다 따뜻한 날씨를 기록했다.
친환경적인 여행을 지향하는 ‘에코 투어리즘’은 영미권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사이트 ‘리스폰시블 트래블’(www.responsibletravel.com)은 전세계 친환경·윤리 여행상품 2000여종을 망라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하게끔 나무를 심어주는 단체(www.carbonneutral.com, www.terrapass.com 등)에 소액을 기부할 수도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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