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외정보국(MI6)과 국내정보국(MI5)이 잇따라 여성 첩보요원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첩보원이라는 직업과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여성 정보요원과 관련해 영화 '007'이나 '마타 하리'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행동을 떠올리기가 일쑤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5일 여성 한명을 포함한 전직 정보요원 3명의 글을 인용해 지금은 물론 2차대전 기간에도 '마타 하리'나 '제임스 본드'같은 유형의 스파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여성이 첩보원으로 일할 때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전직 요원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여성이라는 점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여성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든 '튀지 않는다'는 스파이로서의 최우선 명제를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MI6에서 근무하다 저술가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리 퍼거슨은 기고문에서 여성들이 정보 업무를 '남자들의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퍼거슨은 그러나 현명한 여성이라면 여성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다프네 마거릿 파크 상원의원이나 마거릿 램지 상원의원 같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1년부터 2차대전 종전 직후까지 MI5에서 근무한 맥스웰 나이트는 1945년 발표한 '여성의 정보요원 임용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성을 요원으로 기용할 때는 감정적인 면이든 성적인 면이든 중간 수준의 사람을 발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작고한 나이트는 이 글에서 '마타 하리' 식의 정보 수집 기법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2차대전 당시 '입이 가벼웠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여성 요원 가운데 남성을 이용한 사람보다 통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 첩보원들을 회유, 영국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더블 크로스' 작전에 참여했던 페기 하머는 자신이 원해서 정보 업무에 뛰어들지 않았고 작전 수행 과정에서도 기록과 문서정리, 분야별 책임자간의 정보 유통 같은 일을 맡았지만 "일이 재미있었고 업무 환경도 훌륭했다"고 회상했다. 올해 88세로 '더블 크로스' 작전 참가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하머는 "자신의 일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며 "남자친구와 점심식사를 한 뒤에도 미행을 우려해 멀리 돌아서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서울=연합뉴스)
1931년부터 2차대전 종전 직후까지 MI5에서 근무한 맥스웰 나이트는 1945년 발표한 '여성의 정보요원 임용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성을 요원으로 기용할 때는 감정적인 면이든 성적인 면이든 중간 수준의 사람을 발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8년 작고한 나이트는 이 글에서 '마타 하리' 식의 정보 수집 기법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2차대전 당시 '입이 가벼웠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여성 요원 가운데 남성을 이용한 사람보다 통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 첩보원들을 회유, 영국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더블 크로스' 작전에 참여했던 페기 하머는 자신이 원해서 정보 업무에 뛰어들지 않았고 작전 수행 과정에서도 기록과 문서정리, 분야별 책임자간의 정보 유통 같은 일을 맡았지만 "일이 재미있었고 업무 환경도 훌륭했다"고 회상했다. 올해 88세로 '더블 크로스' 작전 참가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하머는 "자신의 일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며 "남자친구와 점심식사를 한 뒤에도 미행을 우려해 멀리 돌아서 사무실로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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