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수아 피용 총리와 17일 조깅을 한 뒤 엘리제궁으로 들어서다 뒤를 돌아보고 있다. 파리/AP 연합
취임 첫날 독일 방문, 노조 직접대화
장관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
장관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
17일 프랑스 파리 서쪽 불로뉴 숲.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가볍게 달렸다. 50대 초반의 두 지도자는 반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52) 대통령이 이날 아침 프랑수아 피용(53) 전 사회문제 장관을 총리로 임명한 지 몇 시간 뒤였다. 1시간 동안 조깅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74살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변화’를 선언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비비시>(BBC) 방송은 “프랑스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가까이 하기 어렵고, 고귀한 존재였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나라를 바꾸고, 또 직접 모범을 보이며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피용 총리는 조깅복 차림으로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나타나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18일 “두 사람이 젊고 원기왕성하며 실천력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선거기간에 ‘일찍 일어나 더 일하고 더 벌자’고 강조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16일 취임식 직후 독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한 뒤 그날 밤 돌아왔다. 그는 이 회담에서 ‘강한 유럽’을 위한 협력을 다짐해, 외교에는 소극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잠재웠다. ‘친자본적’이라고 비판을 받는 그는 18일 프랑스와 독일이 대주주인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노동조합을 찾았다. 경영난으로 1만명 해고 등 구조조정을 앞둔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날 아침에는 이른바 ‘성 평등 내각’을 발표했다. 보수적인 프랑스 정계에서, 15명의 장관 가운데 7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내무장관은 미셸 알리오마리 전 국방장관, 법무장관은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라치다 다티 등 굵직굵직한 자리를 여성에 맡겼다. 좌파 껴안기에도 적극 나섰다. 세계무대에서 프랑스를 대표할 외무장관에 선거기간 동안 세골렌 루아얄 후보를 지지했던 사회당의 유력인사 베르나르 쿠슈네르 ‘국경없는 의사회’ 창립자를 임명했다.
이런 행보는 물론 ‘프랑스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아울러 6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 제스처의 성격도 있다. ‘강경 우파’의 이미지를 씻고, 국론분열 치유에 앞장서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사회당의 반대가 적고, ‘대화와 조정’의 인물로 꼽히는 피용을 총리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뒤 완고한 자유시장주의자라는 평판을 완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