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푸틴 정상회담서 설전…공동선언도 발표 못해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정치적 긴장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러시아 남서부 휴양지 사마라에서 정상회담을 열었지만, 공동선언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인권, 무역, 에너지 등의 이슈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대신 메르켈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마라에서 시위를 벌이려던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이 체포된 것을 지적했고, 푸틴 대통령은 “예방적 조처”라며 독일 등도 비슷하게 대처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다시 한번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지적했고, 러시아는 ‘왜 가르치려 드느냐?’고 반박한 것이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 소수민족이 탄압받고 있다고 유럽연합의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상호관계가 골이 깊어지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 코소보 독립, 폴란드 육류수입 금지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옛 소련 위성국이었던 나라들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관계가 더욱 뒤틀리고 있다. 이들 나라는 러시아와 ‘나라 대 나라’로 상대하겠다는 반면, 러시아는 여전히 ‘맏형’ 노릇을 원하는 탓이다. 올해 끝나는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도 연장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니타 페레로 발트너 유럽연합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족주의적 감정이 분출되고 있다”고 관계 악화의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양쪽 모두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늘 설득시킬 수는 없지만, 서로 대화하는 게 낫다”고, 푸틴 대통령은 “좋든 싫든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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