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쇼와은행에 예치 새 증거 발견
사법당국 “폭발성 있다”…새달 본격조사 예상
사법당국 “폭발성 있다”…새달 본격조사 예상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 열흘도 안돼 비밀계좌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일본 쇼와은행에 시라크 전 대통령 이름으로 약 550억원이 예치됐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550억원 계좌의 주인은?=프랑스 사법당국은 대외안보총국(DGSE) 전 책임자 필리프 롱도 장군의 집을 급습해, ‘일본 사안’ ‘대통령 사안1’ ‘대통령 사안2’라고 표시된 112개의 비밀문서와 일기를 찾아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사법당국은 이 문서가 “폭발성이 있다”며, 롱도 장군을 9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이 자료에는 쇼와은행에 시라크 대통령의 계좌가 90년대 중반에 개설됐으며, 수년간에 걸쳐 약 550억원이 예치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95년부터 12년 동안 재임한 시라크 대통령 이름의 은행계좌 통지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당국은 시라크 대통령이 지난 16일 퇴임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틀 뒤 롱도 장군을 소환해 다시 본격조사에 나섰다.
시라크 소환 위기=비밀계좌 논란은 지난해 5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롱도 장군은 1996년 프랑스에 9200억원을 투자하려던 시라크 대통령의 일본인 친구인 은행가 오사다 쇼이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롱도 장군은 그 뒤 이 말을 취소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논란은 프랑스 정치인 등이 1991년 대만에 구축함 6척을 파는 대가로 받은 리베이트 5억프랑을 룩셈부르크 클리어스트림 은행에 숨겨뒀다는 추문이 나온 뒤 제기됐다. 얼마 전 대통령으로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재무장관 등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돌았다. 이 추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비밀계좌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2001년 롱드 장군을 불러 쇼와은행 계좌 관련 자료를 없앨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롱드 장군은 해당 자료를 없애지 않고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가 사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새 증거를 확보한 치안판사는 23일 프랑스 주간 <카나르앙셰네>에 “시라크 전 대통령의 일본 쇼와은행 계좌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권리남용과 부패 혐의를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퇴임 한 달 뒤인 오는 6월16일 면책특권을 잃게 된다. 수사당국은 이 때부터 본격조사에 나설 태세다. 그는 파리 시장(1977~1995) 재직시절의 정치자금 비리 혐의도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원하는 조건으로 사르코지 대통령으로부터 비리 등을 조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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