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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프랑스 좌파의 미래

등록 2007-05-31 17:02

프랑스의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유명한 정치만평가 빌렘의 만평
프랑스의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유명한 정치만평가 빌렘의 만평
이글에 실린 그림은 프랑스의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유명한 정치만평가 빌렘의 만평으로, 뒤집어진 코끼리 앞에 홀로 선 세골렌 루와얄이다.

5월 28일 저녁 8시 뉴스에 지난 대선 결과 이후 미디어에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던 세골렌 루와얄의 인터뷰가 있었다.(참조. 루와얄 전용 사이트(www.desirsdavenir.com))

곧 6월 초, 그리고 중순에 실시될 의원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제스츄어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5월 29일 밤 파리의 유명한 콘서트 홀에서 사회당수들이 결합한 전당대회가 있었다. 심지어 대선기간에도 루와얄을 비롯한 사회당 당수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적이 없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지금 프랑스의 좌파는 어떤 상태인가?

극좌파의 움직임은 또한 어떠한가? 극좌파 중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은 젊고 댄디한 이미지의 33세 올리비에 브장스노, 이번 대선에서 4, 08퍼센트 지지도를 얻은 석사출신의 그는 우체부로 일하면서 막시스트, 트로키스트 이상주의 LCR (Ligue communiste révolutionnaire )를 이끌고 있다. 프랑스의 좌파인들은, 우파위주의 프랑스 사회를 극복하려면, 사회당이 2차 투표시 루와얄을 적극 지지한 극좌파, 그리고 녹색당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PS, 사회당의 내부 위기는 계속 되고 있다. 파비우스를 비롯한 보수파들은 사회당이 중도파나 그외 극좌파, 녹색당과의 연계를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결국 많은 좌파인들이 사회당을 불신, 프랑스와 바이루가 이끄는 중도파로 전향했다. 그러나 아무런 상호간의 조약 없이 사회당 의원후보들은 극좌파와 녹색당이 강세를 띄고 있는 지역에 출마하지 않을 분위기다. 루와얄의 남편 프랑스와 홀랑드는 사회당 서기직을 지난 5년간 맡으면서, 최악의 사회당 당수로 비판받고 있다. '사회당을 파괴시킬 양반'이라는 기사를 좌파 잡지 '마리안느'는 대선 이후 실었다. 또한, '국경없는 의사' 협회의 창시자로,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베르나르 쿠슈너, 67세인 그는 오랜 세월 사회당에서 변변한 대접을 못받고 있다가, 이번 사르코지의 새 정부 인사로 초빙받아 외무부 장관이라는 막대한 자리를 받아들여 한때 좌파의 배신자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 사르코지의 좌파 분열정책 중 하나이다. 28일 밤 뉴스 인터뷰에서 루와얄은 쿠슈너의 결정을 어떻게 보느냐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쿠슈너는 오랜 친구이다. 대선 준비기간 그의 충고에 귀기울였고, 그를 믿었었다. 그의 결정이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라고 간략하게 말했다.


아직도 루와얄은 사회당원들에게, 특히 30세 이하 젊은 세대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당원들은 그녀가 당을 이끌어 나가길 열망하고 있다. 그러자면, 일단 남편인 홀랑드를 '축출'해야 하고 당내의 보수파들을 설득해서 대선 2차 투표때 그녀를 지지한 극좌파나 녹색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루와얄식 부드러운 정책에 걸맞지도 않다. 공적으로 아직까지 그녀는 한번도 남편을 비난한 적이 없다. 프랑스의 사회당수들은 '엘레팡=엘레펀트=코끼리'라고 불리고 있다.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대화에서 아이러니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의 뻬조라티프=경멸적인 의미도 없지 않아 있다. 코끼리란 동물은 어떠한가. 지혜롭고 우직하고, 의리를 지키지만 감성적이다. 그리고 실용주의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고, 느리다. 현실감각이 없다. 프랑스와 미테랑이 최초로 좌파 출신 프랑스 대통령이 되기 전 여러번 대선의 실패를 겪은 것은 유명하다. 그때 그는 사회당의 지도체계를 바꿔야 함을 깨닫고, 당내의 기강을 바로잡는데 15년이 걸린 이후에야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다. 이후 좌파에서 마땅한 카리스마가 출현하지 못한 것도 미테랑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코끼리들을 키우지 않았다. 조스팽? 그는 정치적이론가로서 뛰어난 사람이지만 2002년 대선 실패후 울면서 정치계를 떠났고(1992년 DJ를 생각나게 했다) 2007년 사회당의 전당대회에 다시 나타났을 때도 '2002년도엔 너무나 힘들었다며'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엉엉 울었던 사람이다. 그가 미테랑이 키웠던 유일한 코끼리라고 보는 것은 재미있다. 왜냐면, 미테랑은 좌파나 우파, 어느 곳에서도 후계자를 원하지 않았고, '나, 미테랑이후 칭송받을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테랑식 나르시시즘이라고 봐야 할 지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루와얄은 남편 홀랑드의 자리를 차지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홀랑드는 대선 기간 내내 정말 별로 한 일이 없었다. 프랑스 좌파 국민들은, 홀랑드가 루와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더라면, 루와얄의 홀로서기 잔치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을 거라며 아쉬워했고, 대선 결과 발표 10분도 안되어서 TV에 등장한 좌파의 대표적인 두 코끼리ㅡ스트로스 칸, 파비우스는, 루와얄이 대선결과 이후 대중에게 '웃음을 띄면서 말했다'는 사실로 트집을 잡는가 하면 (아마 조스팽 처럼 펑펑 우는 것이 사회당의 전통인지도 모른다) 정작 본인들이 나셨으면 이런 결과는 가져오지 않았을 거라는, 정말 대선을 끝낸지 10분만에, 그리고 곧 의원선거를 앞두고, 대의보다 소의만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많은 좌파인들의 비난을 들었다.

프랑스의 남성위주 사회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들도 왠만해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남성들 사이에서 얻어내기 힘들다. 남녀평등 이데올로기가 일단 중요하므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지위항상은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성격이 안좋다느니, 약간 미쳤다느니,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소리가 꼭 따라 나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집안 출신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루와얄과 홀랑드는 그랑제꼴의 하나인 국립행정학교 출신이다. 8형제중 중간에 태어난 루와얄은 전 군인출신인 아버지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교육에 반발, 집안에서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마쳤다. 이른바 CC였던 이 부부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실혼을 하지 않은, 동거부부이다. 대선 결과이후, 르 몽드출신의 두 여기자가 '팜프 파탈' 이라는 제목으로 루와얄ㅡ홀랑드 부부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을 출판했고, 부부는 즉각 출판금지 소송을 걸었다. 이 책의 출판 경위를 봐도,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미국과 비교해 철저히 보호되었던 프랑스 사회를 볼때 남녀평등의 선은 실제적으로 매우 불안하게 그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직한 정치인이 아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직 정치인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이 출판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공 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짓는 프랑스 인들의 정신문화와 다를게 없다. 누가 지금 사르코지의 애인들에 대해 쓸 수 있겠는가, 누가 시라크 전 대통령의 애정편력에 대해 벌써 책을 썼는가? 그러나 여자가 정치적으로 유명세를 타면 훨씬 공격 받기 쉽고, 남자 정치인 보다 2-3배의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힐라리 클린턴, 독일 수상 안젤라 메켈등의 대부분의 여성 정치인이 맞춤 바지를 입고 중성적인 이미지로 등장하여 보호색을 띄고 있는 반면 루와얄은 지금까지 자신의 여성성을 지나치게 드러내며 자신은 '자유로운 여성'임을 떠들었다. 누가 봐도 불편하게 보이기 짝이 없는, 투피스 정장 치마를 항상 입는 바람에 중년여성임을 누누히 강조하고, 비교적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다녀 어떨땐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 루와얄, 이제 그녀는 여성으로 프랑스 좌파의 미래를 짊어지길 자처했다. 과연, 다소 한정되어 있는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좌파내의 분열을 통합시킬 배짱ㅡ남편까지 축출해야 하는ㅡ이 있을까? 아님, 루와얄식 홀로서기, 대중의 인기만 믿고 나중엔 엎어져 버리는 홀로서기가 될 것인가? 앞으로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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