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여성들 서독행…남성 20% 결혼 못할판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7년이 지났지만, 옛 동독 지역의 젊은 여성들이 대거 서독으로 빠져나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 통일 뒤 동독 인구의 약 10%인 15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떠났고, 이 가운데 3분의 2가 여성으로 조사됐다고 주간 <슈피겔>이 31일 보도했다. 특히 18~29살 사이 젊은 여성 40만명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서독으로 떠나, 동독 지역에선 25~30살 남성 100명당 여성이 80명밖에 되지 않는다.
결혼적령기의 동독 남성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고, 동독 지역에서 태어났어야 할 신생아 약 10만명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셈이 됐다. 젊은 여성과 신생아 부족은 가뜩이나 낙후된 동독의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대부분 평균 이상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떠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일자리도 없는 남성들이 좌절감 등으로 극우 네오나치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에서 여성의 31%가 대졸자지만, 남성은 그 비율이 20%밖에 안된다. 남성들은 서독으로 갔다가 교육 수준이 낮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2006년 발생한 우익 폭력은 대부분 네오나치와 관련돼 동독 지역에서 일어났다. 또 극우 국가민주당(NPD)은 동독지역 3개 주 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베를린 인구·개발연구소는 “유럽 어느 나라도 동독지역처럼 여성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인구 변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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