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침공 등 실책으로 비판받을 것일 뿐”
이달 27일 물러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영국 언론은 사람들과 평판을 갈가리 찢어놓는 "야수 같다"고 언론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라크전 이후 언론의 냉대를 받아온 블레어 총리는 12일 런던 로이터통신 본사에서 한 연설에서 언론이 사실을 선정적으로 몰아가고, 냉소주의를 야기하며, 공적인 인물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언론을 비난했다.
블레어 총리는 "낙종의 불안감으로 오늘날 언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떼거리로 사냥감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사람들과 평판을 갈가리 찢어놓는 야수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웹사이트 뉴스, 블로그, 24시간 텔레비전 뉴스 채널의 도래로 언론은 "점점 더 위험한 정도까지 '충격'을 쫓아다니고, 이것이 언론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대중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블레어 총리는 언론과 정치인의 관계가 훼손됐으며, 정치인이 나라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역량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많은 신문들이 사실 보도보다 자신들의 관점을 주장하는 `의견 신문'이 됐다며 특히 반전 좌파 성향 인디펜던트 신문의 편집장을 거론해 `영광의 배지'라고 꼬집었다.
언론 플레이에 능한 홍보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블레어 총리는 집권 초기에 적대적인 보수 언론을 구애하고, 달래고, 설득하려 했던 새 노동당의 노력이 이런 문제점들을 키웠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총리직을 떠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많은 망설임 끝에" 쓰레기 거리가 될 것을 각오하고 언론에 정면 도전하는 이 연설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행부수 1위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의 편집간부 트레버 카바나흐는 블레어와 블레어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어떤 지도자보다 가장 우호적인 언론의 보도 혜택을 입었다며 이 우호적인 보도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탓이 아니라 이라크전에 대한 블레어의 잘못 때문에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민주당의 문화 담당 대변인 돈 포스터는 "정치인의 신뢰 상실에 대해 언론을 탓하기는 쉽다"며 "그러나 좀 더 공정하게 분석해보면 문제는 블레어 자신의 홍보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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