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 오른쪽)이 12일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집을 찾아 그와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푸틴, 솔제니친 전격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수용소 군도>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반체제 작가’의 대명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89)의 자택을 방문해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레믈궁에서 열린 국가문화공로상 시상식에서 인도주의 부문 수상자인 솔제니친을 대신해 나온 그의 아내 나탈리야에게 ‘러시아 예술가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국가공로상을 수여한 뒤 모스크바 시내의 솔제니친 집을 전격 방문했다. 휠체어에 앉은 솔제니친은 “그토록 바쁜 분이 찾아올 줄 상상도 못했다”고 인사한 뒤, 옛소련 시절 자신을 탄압한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한 대통령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솔제니친은 과학적 탐구와 탁월한 문학적 성과로 조국에 헌신했다”며 찬사를 내놓고 “세계인들은 솔제니친의 운명을 러시아의 그것과 동일시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남 뒤, 솔제니친이 “중소기업과 중간층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솔제니친은 앞서 비디오에 담은 수상소감에서 “러시아가 거쳐온 고난은 우리가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우리를 파멸로부터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수용소의 현실을 다룬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등의 작품을 써 1974년 추방당했다가 20년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솔제니친은 사회주의 체제 붕괴 이후에는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를 비판해왔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1998년 80살 생일을 맞은 그에게 훈장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솔제니친은 나라를 파국으로 이끈 정권이 주는 상은 안 받겠다며 거부했다. 솔제니친은 푸틴 대통령한테는 상대적으로 호감을 보여왔다. 모스크바/AP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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