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이라크전 지지했어도 이럴까?”
“영국 언론은 사냥감 찾는 야수와 같다”
인디펜던트 “이라크전 지지했어도 이럴까?”
인디펜던트 “이라크전 지지했어도 이럴까?”
“영국 언론은 떼거리를 지어 다니며 사냥감을 찾는 야수와 같다.”
임기를 2주 남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요즘의 노무현 대통령처럼 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라크전으로 언론과 틀어진 블레어 총리는 12일 <로이터> 통신 본사 연설에서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냉소주의를 야기하며 공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오늘날 언론은 낙종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어느 때보다도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사냥감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사람들의 평판을 갈가리 찢는 야수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과 24시간 뉴스 채널 등의 도래로 언론의 이런 특성이 심해졌고, 대중들도 충격적인 뉴스만 찾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이 망설였지만,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해야 해서 쓰레기 취급을 받을 각오로 연설을 감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10년 동안 브리핑의 실명 정례화와 전문 공개, 정보공개법 등 선진화된 언론 관계를 만들려 했으나, 언론은 사실보다 자신들의 해석과 관점을 전달하는 데 열중했다고 평가했다. 블레어는 인터넷 언론을 두고 “새로운 소통수단의 등장이 전통적인 언론의 자극적인 어조를 대체하는 새로운 구실을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악랄하고 음모이론에 다섯 배쯤은 더 집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신문들이 사실이 아닌 의견을 전달하는 ‘의견신문’(viewspaper)이 됐다며, <인디펜던트>를 직접 거명해 공격했다.
<인디펜던트>의 사이먼 켈너 편집장은 13일치 1면의 ‘우리가 이라크전을 지지했어도 이렇게 말했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우리 시대 최악의 외교 결정인 이라크전에 대한 우리의 반대 방침과 관련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 우리는 오늘날 사실에 대한 (올바른) 해석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블레어가 “대중과 정치단체의 부패한 관계의 상징으로 언론을 특정한 것에 대해 독자를 대신해 지적한다”며 “중동을 포함한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레어가 <인디펜던트>를 특정한 것은 이 신문이 그의 이라크 정책을 가장 강도높게 비판한데다 최근 퇴임을 앞둔 그의 고향 방문을 보도한 방식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는 블레어의 고향 방문 행사를 보도하면서, 블레어 통치 기간의 사진으로 구성한 ‘이라크’란 단어의 모자이크를 게재해 블레어의 심기를 자극했다. <인디펜던트>는 가장 오래된 신문인 <더타임스>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인수하는 것에 반대한 기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독립 신문’으로, 중도 좌파인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전을 지지한 이후 그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블레어의 비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저버>의 로저 올턴 편집장은 “<인디펜던트>에 대한 비판은 부적절하지만, 언론의 선정성과 견해의 과잉 등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 옳다”며 언론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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