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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블로그] 프랑스 대선 휴우증 그리고 총선결과

등록 2007-06-19 11:19수정 2007-06-19 11:27

한국은 곧 대선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 프랑스는 어제 일요일 총선도 끝난 상황이다. 지난 프랑스 대선이후 나는 프랑스에서 돌아가는 정치 상황에 무관심하기로 작정했었다. 그래서 신문도 안보고, 뉴스도 안보고,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면 오히려 편할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세의 흐름을 읽을 필요성은 있는 것이다. 사르코지 정부 이후 1개월 약간 넘기고 있는 현재, 총선을 치루고 과연 사르코지가 그의 첫 선거공약을 실행할지 여부는 지금 3개월 동안 의회의 활동에 달려있다. 과반수를 차지한 우파 구성 위주의 의회 결정에 반박한다면 9월부터 본격적인 시위가 시작될 것이다.

먼저, 사르코지 정부가 유산 상속세를 전면삭감한다는 정책. 아무리 남의 나라 살림이지만, 프랑스의 국채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 지난 12년간 시라크 정부 아래의 엘리제 궁은 예산의 10배가 넘는 비용을 각출했다. 그리고 유산 상속세가 정부예산에 기여한 것은 천문학적 액수이다. 그 상속세 마저 전면 삭감한다면 나날이 늘어나는 국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상속세를 삭감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산을 줄 수 있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유산 상속세 전면삭감은 곧 부익부 빈익빈을 겨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는 부과가치세를 높여서 사회보장제도의 구멍난 재정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물가가 곧 올라갈 예정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간단하게, 왜 부자들의 과세금은 전면삭감하고, 왜 부가가치세를 높여서 가뜩이나 낮은 중산층이하 소비욕구를 떨어뜨리냐는 것이다. 사르코지의 주장은, '많이 벌어서 많이 쓰면 된다' 였다. 그리고 유산 상속세를 삭감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유산을 만들기 위해 열씸히 일하라는 것이다. 국민을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이런 무식한 발상이 어디있는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중산층 이하의 최저월급자들이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무이자로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귀가 솔깃한 이야기지만 서류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최저월급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칫하면 오히려 매입한 부동산을 은행에 저당잡힐 위험이 더 크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광고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프랑스의 의료보험은 매우 관용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게끔 되어있다. 이제 이것도 달라질 예정이다. 적정비용을 책정해서, 그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끔 한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병으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온 노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에이즈 환자들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도 어려움을 맞을 것이다. 대선 기간동안, 에이즈 협회가 반사르코지 운동을 벌인 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공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지지한 노인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우리가 표를 찍은 것은 사르코지이지 그의 선거공약이 아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이미지만 보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단 말인가? 그의 선거공약도 모르고 그를 뽑았단 말인가? 사르코지는 한다면 하는 정치인이다.

사족을 붙인다면, 프랑스 친구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라의 선거권은 무엇보다 중요할 진데, 선거권을 줄 때 조건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선거공약을 읽고 분석할 능력이 되는, 즉 학력이 고졸 이상이어야 할 것, 그리고 나이가 65세 이하일 것. 다소 파쇼적인 발상이지만…. 65세 이하의 노인들은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의식있는 분들이 어딜 가나 드물다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대선때 프랑스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56퍼센트가, 25세 이하의 63퍼센트가 루와얄을 뽑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중 한사람이라도 외국인일 경우 56퍼센트, 혹은 조부모중 한사람이라도 외국인일 경우 52퍼센트가 루와얄을 뽑은 반면 완전 프랑스계인 사람들은 45퍼센트였고,

그리고 65세 이상의 33퍼센트만이 루와얄을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총선이 어제 일요일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우파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1차 투표이후 좌파 사회당의 의원석이 사상최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다소 뒤엎고 2차 투표 결과로 사회당은 77의원석 중 206의원석을 차지, 명분을 유지 했을 뿐 아니라 사르코지 정부에 씁쓸한 승리감을 안겨주었다. 시라크 정부 아래 사회당은 149석만을 차지 하고 있었다. 또한 극좌파는 18석을 차지해서, 녹색당과 중도파까지 합치면 254석이며 우파는 323석을 차지했다. 107석을 차지한 여성의원들의 당선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당은 이번 기회로 당내의 기강을 바로 잡고, 새로운 좌파 이상을 내세워야 함을 직시했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로 나서지 않고, 각 도시를 순회하면서 선거운동을 했던 루와얄은 총선 결과 후 홀랑드 사회당 서기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2남 2녀를 둔 이 동거 부부는 곧 당내에서나 사생활에서나 찢어지게 된 것이다. 이 부부의 사생활을 다룬 책 '팜프 파탈'은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다. 이 책에 의하면, 홀랑드 당 서기장의 외도로 인한 슬픔을 잊기위해 루와얄이 대선에 출마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미 대선 기간 동안 부부 문제가 있었으며 총선이 끝난 지금 확실히 한다고 말했다.

스트로우스 칸, 파비우스, 자크 랑 등의 사회당의 코끼리들은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았다. 루와얄파로 불리우는 젊은 코끼리들도 거의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들은 더이상 코끼리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젊은 사자들'이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또한 보르도 시의 의원이자 시라크가 후계자로 지목했었던, 1995년도 총리였던 알랭 쥐페의 패배는 시라크 시대가 끝났음을 알린다. 쥐페는 상당히 지적인 정치인이지만, 감옥에도 갈 뻔했던, 시라크 정부의 부패를 보여주는 장본인이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에너지- 환경부 장관직을 맡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들은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이번 총선에서 39.42퍼센트의 높은 기권율을 보여 대선 휴우증이 남긴 실망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투표 결과 후 통계에 의하면 20-30퍼센트의 우파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였고 50-60퍼센트의 좌파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 하였다고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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