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브라운, 가는 블레어 고든 브라운(왼쪽) 차기 영국 총리가 토니 블레어 총리와 24일 맨체스터에서 열린 노동당 특별전당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
블레어와 ‘제3의길’ 이끈 최장수 재무장관 27일 총리 취임
보건·교육·주택정책 개혁 강조…1년안 조기총선 실시 관측도
보건·교육·주택정책 개혁 강조…1년안 조기총선 실시 관측도
“변화를 이끌겠다.”
지난 10년간 영국 재무장관을 지낸 고든 브라운(56)이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차기 총리에 오른다. 그는 지난 24일 노동당 당수에 취임했고, 집권당 당수 자격으로 27일 자동적으로 총리직을 맡는다. 그는 24일 취임사에서 “우리 당을 이끌고 나라를 변화시킬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 삶의 질 개선 주력= 토니 블레어 총리가 10년간이나 집권 뒤 물러나는 만큼,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블레어보다 더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라운은 그동안 강조해온 보건·교육개혁, 주거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국가보건서비스(NHS) 개혁 조처로 주말·야간 진료를 강화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예산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5.6%에서 10%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 주택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에도 힘써, 신혼 부부 등의 집 걱정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대미 관계에서는 ‘부시의 푸들’이라는 악평을 듣던 블레어와 달리, 친미성향이 약해질 전망이다. 이라크 정책도 다소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고립시키고 쳐부수는 것은 군사력 이상이 필요한 진실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철수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온다. 전세계적 핵무기 감축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영국 언론들은 브라운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회복을 강조한 만큼, 이런 약속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브라운의 도전= 브라운의 출발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다. 2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39%로, 36%를 얻은 보수당을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제쳤다. 하지만 블레어와 같은 장기집권을 하려면 총선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늦어도 2010년 5월 이전에 총선을 실시하는데, 2009년이나 취임 1년 안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0살인 데이비드 캐머론 보수당 당수는 ‘젊은 블레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브라운이 ‘변화’에 대한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면, 민심은 보수당 쪽으로 급격하게 돌아갈 수 있다. 총선에서 다수당을 내준다면, 총선 4연승은 커녕 총리 자리를 바로 내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아에프페>(AFP) 통신은 “얼마나 오래 그가 총리 자리를 지킬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이제 재무장관의 행정력을 넘어, 총리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블레어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블레어 총리와 함께 노동당을 창당해 이른바 ‘제3의 길’을 주도했다. 지난 1997년부터 최장수 재무장관을 지내며 연평균 2.8%의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블레어 총리는 24일 “브라운은 위대한 총리가 될 모든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말에 “동의하는 것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도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고든 브라운 영국 차기 총리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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