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쪽이 새로 주장하는 자국영역
러 영토와 연결 주장…막대한 원유·가스 눈독
러시아가 북극해의 광대한 지역을 자국 영역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극해를 탐사한 러시아 과학자들은 북극권 120만㎢를 러시아 영역으로 삼을 근거를 제시했다고 <가디언>이 28일 보도했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를 합친 것만큼이나 넓은 지역이다.
원자력 쇄빙선으로 45일 동안 대륙붕을 탐사한 이들은 북극해의 로모노소프 해령이 러시아 영토와 닿아 있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대륙붕 구조가 특정국 영토와 지질학적으로 유사하면 200마일(약 322㎞)까지로 설정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확장할 수 있다는 국제법을 이용하려는 시도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의 발레리 카민스키 해양학연구소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새 자료를 제공했다”며 “기존 배타적 경제수역을 벗어난 영역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탐사는 북극해 대륙붕 경계를 정하려는 러시아 자연자원부의 의뢰로 실시됐다.
러시아가 얼음으로 덮인 이 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다. 러시아 쪽은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고 있어 시추가 비교적 쉬운 이곳에 원유와 천연가스 100억t이 묻힌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는 2001년 배타적 경제수역을 넓혀 달라고 유엔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국제수역인 북극해를 편입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은 부존 자원과 교통로를 둘러싼 갈등을 키울 수 있다. 한 러시아 과학자는 로모노소프 해령은 캐나다의 대륙붕과도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러시아 쪽 논리는) 러시아와 유라시아대륙 전체가 캐나다에 속한다는 말도 된다”고 비꼬았다. 캐나다는 2004년 북극해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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