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영 브라운 총리, 권력 내놓고 ‘노동당표’ 찾기

등록 2007-07-04 18:38수정 2007-07-04 21:12

브라운 총리 권한 이양 제안
브라운 총리 권한 이양 제안
전쟁선포권 등 12개 권한 의회에 이양 제한
의원내각제 틀 흔들 제안…총선 승부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전례없이 과감한 정치 실험에 나섰다. 브라운 총리는 3일 전쟁선포권과 의회해산권 등 총리의 국가운영 핵심 권한을 의회로 대폭 넘기고,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의회 첫 연설에서 “몇세기동안 (총리와 행정부가) 국민과 국민 대표의 의견을 듣지않고 군주제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해왔다”며 “영국 국민을 위해 더 잘 봉사하는 더 열린 21세기 영국 민주주의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 주요 권한을 양보함으로써, 국민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의회소집권과 정보기관 감시 제한권 등을 포함해 모두 12개 권한을 의회에 이양하겠다고 제안했다.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선포권은 ‘긴급하고 비밀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의회의 동의없이 총리가 그대로 행사하도록 했다.

법령, 조약, 판례 등 ‘불문법’으로 이뤄진 영국의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성문헌법’을 장기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국가안보회의 창설 △선거연령 18살에서 16살로 조정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실시 △목요일 대신 주말 투표 실시 △주요 사안에 대한 시민 배심원제 실시 △공무원 중립보장법 개정 등도 제안했다.

이런 놀라운 제안은 국민의 신뢰회복을 겨냥한 브라운의 ‘도박’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10년 재임기간 노동당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와 많은 희생자의 발생, 각료들의 잇단 비리 등은 국민의 불신을 극대화했다. 브라운에겐 국면전환을 위한 승부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궁극적으로는 2008~2009년으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의 승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노동당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상됐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4일 “수백년된 정부의 권한을 넘겨주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깜짝 놀랄 만한 일련의 개혁조처를 공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론 보수당 당수는 블레어 총리 밑에서 10년간 재무장관을 지낸 브라운 총리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행정부의 핵심이었다”며, 신뢰회복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적 <파이낸셜타임스>는 “특정 단기조처와 구체성이 훨씬 떨어지는 장기적 변화가 뒤섞였다”고 평가 절하했다.

총리의 권한을 크게 약화시키는 브라운의 구상은 이웃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사르코지는 ‘차르코지’‘하이퍼 대통령’이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총리의 권한까지 틀어쥐려 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