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생산량 추이
미국 호주 등 신대륙에 밀려
유럽연합, 6% 감축 등 구조조정
유럽연합, 6% 감축 등 구조조정
한국의 대형 할인매장에는 미국, 칠레, 오스트레일리아산 와인들이 널려 있다. 전통의 유럽 와인이 이른바 ‘신대륙’ 와인에 밀려나는 현장이다.
유럽연합(EU)이 이런 유럽 와인산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안을 4일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전체 포도밭 360만ha 가운데 약 6%인 20만ha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생산을 포기하는 농민들에게는 1ha당 7174유로(약 900만원)를 지원한다. 최장 2013년까지는 포도나무를 새로 심는 것도 금지된다. 포도 이름과 생산지만 적도록 하는 등 복잡한 와인 상표도 알기 쉽게 바꾸고,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한 사탕수수 사용도 금지된다.
유럽은 세계 와인 생산·소비의 60%를 차지하지만, 유럽산 와인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연합의 와인 생산능력은 15%가 감소했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178%, 칠레 52%, 남아공 33%, 미국은 21%가 늘어났다. 재배면적이 평균 2ha로 소규모 재배에 의존하는 유럽연합은 오스트레일리아의 50ha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졌다. 독일·영국 등 같은 유럽의 주요 소비국에서조차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산 와인은 신대륙 와인에 자리를 내줬다. 유럽의 와인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도 지난 10년간 유럽연합의 와인 수입량은 평균 10%씩 늘어났다.
특히 보조금에 기댄 과잉생산이 위기를 부채질했다. 2010년에는 과잉생산량이 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연합은 과잉생산된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이나 자동차 연료로 처리하는 데 전체 와인 관련예산 13억유로의 3분의 1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은 앞으로 해외 마케팅에 해마다 1억2000만유로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2008년부터 구조조정안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재배농가들의 반발로 최종 집행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와인생산은 유럽연합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5%에 이르며, 15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세계 와인 생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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