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화재로 유럽서 연 2천명 사망”
담배꽁초는 화재예방 포스터의 단골이다. 작은 담배꽁초가 산과 집을 태우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
유럽연합(EU)이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배에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집행위원회 한 관계자는 “14개 회원국에서만 한해 담뱃불 화재로 2천명 넘게 목숨을 잃고, 수억유로의 재산피해가 난다”며 “이 방안은 화재예방 당국, 담배 회사, 소비자 단체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안전’ 담배는 흡연자가 담배를 빨아들이지 않으면 몇초 뒤 자동으로 불이 꺼지게 돼 있다. 담배를 싼 포장지의 작은 구멍들이 산소순환을 차단하는 구조다. 유럽연합은 담배에 자동소화 기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올해 말 회원국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이미 2005년 자동소화 기능을 갖춘 담배를 의무화했으며, 미국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자동소화 기능을 갖추는 데 “담배 1갑당 0.01~0.02유로(약 12~25원)가 추가로 든다”며‘화재안전’ 담배가 값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의 리차드 제임스 대변인은 “자동소화 기능 의무화를 지지하지만, 담배로 인한 화재를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니어서 흡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담배 회사들은 자동소화 기능에 필요한 화학물질이 흡연자의 건강을 더 해치고 담배의 맛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해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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