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도입 싸고 브라운-블레어 불협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공보수석 출신인 앨리스테어 캠벨의 회고록 `블레어 시대'가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 있다.
10년간 영국을 이끈 블레어 전 총리 주변에서 벌어진 다양한 정치비화들이 소개된 가운데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가벼운 내용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캠벨은 영국인들이 각별하게 여기는 고(故)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 처음 대면한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해 화제다.
캠벨은 블레어 전 총리가 취임하기 전이었던 지난 1995년 블레어 전 총리 부부와 함께 다이애나를 처음 만났다.
캠벨은 "절대적으로 매혹적이었고, 눈부시게 화려한 다이애나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며 "수백만장의 사진도 다이애나의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캠벨은 "만나서 반갑다"고 손을 내민 다이애나에 대해 "더욱 반갑다"고 말하려 했지만, 제대로 말을 못하고 웅얼거렸다고 회상했다.
캠벨은 또 블레어 전 총리와 함께 뒤에 서 있던 셰리 블레어는 조바심이 난 표정으로 자신이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2년 뒤 다이애나의 사망 소식을 들은 블레어 전 총리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캠벨은 "블레어 전 총리는 말을 자주 멈췄고, 조금 횡설수설하기도 했다"며 "그런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캠벨은 또 영국이 지난 1997년 영국이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당시 재무부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 총리와 블레어 전 총리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종의 실수라고 소개했다.
당시 영국이 파운드화를 고수하는 정책을 바꿔, 유로화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언론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브라운 재무장관이 총리에게 알리지도 않고 "현 내각에선 파운드화 고수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는 것.
브라운 전 재무장관은 블레어 전 총리도 유로화 도입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캠벨의 설명이다. 캠벨 자신도 블레어 전 총리가 유로화 도입에 반대한다고 판단해 브라운 전 재무장관 측에 조언까지 했다는 것.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는 뉴스를 본 뒤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지 않는 정책이 발표됐다"고 격분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코소보 문제와 관련해 블레어 전 총리에게 상당한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전 총리가 코소보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문제를 놓고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영국 언론엔 잘 비쳐지겠지만, 언젠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폭발했다는 것이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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