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꿔 집 샀다 금리 치솟아 낭패
영국에서 주택담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영국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상환금을 내지 못한 사람은 매달 7만7천명에 이른다고 <인디펜던트>가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3만6천명보다 갑절 넘게 늘어난 수치다. 모기지대출업협회(CML)는 대출금 미납에 따른 주택 압류가 올해 1만8천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년 전의 3배 수준이다.
집값 상승세를 타고 너도나도 큰돈을 빌려 집을 산 이후 이자율이 치솟자 벌어지는 현상이다. 1996년 이후 공급 부족, 이민자 증가, 경기 호황 등이 맞물려 영국의 집값은 거의 3배로 뛰었다. 96년 1분기에 평균 6만2453파운드(약 1억1600만원)였던 주택가격은 현재 18만4070파운드에 이른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는 소득의 평균 3.37배까지 빌려 무리하게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가 버거운 상황에서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5차례 올라, 지난 6년 사이 최고치인 5.75%에 이른다. 주택 평균 가격인 3억4천만원을 빌린 사람은 다달이 약 28만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내년에는 금리가 6%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인디펜던트>는 “몇달 뒤나 2008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2~3년짜리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기간을 최장 25년까지 늘리는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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