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광고? ‘19금’ 영화? “유럽인이여, 함께 절정에 오릅시다”

등록 2007-07-12 16:20수정 2007-07-12 17:44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것〉이라는 제목의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홍보 동영상.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것〉이라는 제목의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홍보 동영상.
뜨겁게 달아오른 주인공들의 입김이 유리창을 뿌옇게 흐린다. 고통에 가까운 쾌락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절정의 외마디 숨소리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비명이 되어 화면을 덮는다. 등장인물이 몇 명인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이 44초짜리 동영상은 얼핏 ‘19금 야동’처럼 보인다.

이 동영상은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집행위)의 홍보자료다. 영화제 수상작인 유럽 영화 가운데 ‘엄선한’ 18장면의 러브신, 곧 이성애 및 동성애 커플의 키스, 포옹, 성행위 장면이 끝나고 화면을 메우는 것은 “수백만의 영화팬들이 매년 유럽 영화를 즐깁니다” “유럽은 유럽 영화를 지원합니다”라는 집행위의 메시지다. 회원국 국민들에게 유럽연합의 역할을 각인시키고, 일체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유럽연합의 의도다. 집행위의 마틴 셀마이르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유럽연합의 풍부한 영화 유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3주째 접어든 이번 주 들어 유난히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11일까지 이 동영상은 34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투브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해 진행 사업을 홍보하는 ‘이유(EU)투브’ 사이트 운영을 시작한 유럽연합은, 다방면에 걸친 동영상을 ‘발표’했다. 환경, 금연, 해외원조 같은 세계적 관심사는 물론, 나노 기술이나 설탕 교역과 같은 사람들이 관심없는 분야에까지 주제가 이르자, 일각에서는 유럽연합이 “뉴미디어를 통한 홍보에 적극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동영상이 성행위 장면으로 가득한 데다, 끝맺음에서 ‘함께 합시다’ 또는 ‘다같이 절정에 오릅시다’로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Let’s come together)을 보여줘 너무 선정적인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됐던 초기에는 보수파 유럽연합 관계자들과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을 중심으로 ‘유럽연합이 포르노 동영상으로 홍보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비판은 누그러지고 오히려 성공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홍보의 성과다. 이유투브가 발표한 다른 동영상들의 조회수는 극히 미미하다. <영화를 사랑하는…>과 마찬가지로 영화 장면을 활용한 <유럽영화 - 즐거움!> <유럽 영화에는 여전히 낭만이 남아있다> 등은 30만대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다른 주제의 동영상은 몇천대에 그쳐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영화 장면을 활용한 홍보 동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과 유럽인들이 유럽연합에 대해 우호적인 느낌을 가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27개 회원국들의 권한이 아직 유럽연합이나 그 집행위원회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