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으로 러시아와 영국이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는 가운데 리트비넨코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안드레이 루고보이가 자신의 결백을 또다시 주장했다.
루고보이는 20일 모스크바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리트비넨코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리트비넨코 살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시 호텔 바에는 리트비넨코와 디르트리 코브툰이 함께 있었는데도 코브툰에게는 아무런 영국 정부가 아무런 혐의를 품지 않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웨이터의 주장처럼,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내가 아스피린 알약을 사용하거나 뭔가를 뿌릴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영국에 망명해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 오던 리트비넨코는 작년 11월 루고보이와 코브툰 등 전직 FSB 동료 3명과 런던의 한 호텔 바에서 만나 차를 마신 뒤 다량의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에 중독돼 같은 달 23일 사망했고 영국 정부는 루고보이를 암살 용의자로 지목, 러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를 거절했고 루고보이는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하면서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지난 16일 루고보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보복으로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4명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역시 영국 외교관 4명을 추방하겠다고 19일 밝혔다.
한편, 디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루고보이 사건과 관련 "러시아 정부가 자체 조사를 마치고 루고보이에 대한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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