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텔’ 호텔
호네커 사진에 슈타지 객실 도청장치까지
독일에서 옛 동독의 거주 양식으로 꾸민 호텔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옛 동베를린역 근처에 지난 5월 문을 연 이 호텔의 이름은 ‘오스텔’(사진)이다. 동쪽이라는 뜻의 독일어 ‘오스트’와 호스텔을 합친 말이다. 건물은 옛 동독 시절 대규모로 지어진 조립식 아파트를 재단장한 것이다. 몇년 전부터 동독 출신 주민들 사이에선 ‘오스탈기’라는 동독 문화 향수 코드가 유행이다. 옛 동독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추억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동독식 호텔의 등장은 처음이다. 호텔 주인은 삶의 절반을 동독 공산주의 사회에서 보낸 33살, 35살 청년이다. 문을 연 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균 90% 이상의 객실이 차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우선 안내원이 “동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한다. 복고풍의 벽지와 벽에 걸린 옛 동독 총서기 에리히 호네커의 사진 액자, 당시 동독 생활소품들이 이색적이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객실인 ‘슈타지 스위트’가 논란을 낳고 있다. 감시·도청으로 악명이 높았던 동독 국가안보부(슈타지)의 분위기를 재현한 이 객실엔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장치를 찾아낸 손님에겐 음료수가 공짜다. 호텔 쪽의 이런 ‘작은 익살’이 옛 동독 희생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동독 희생자 연합’의 한 간부는 “지난날 슈타지 감옥에서 고통받거나 동독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하며 살았던 모든 이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희생자는 “동독은 장난으로 접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호네커의 사진을 걸어두려면 그 밑에 비판적 설명이 붙어 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텔 운영자 다니엘 헬비히는 “우리는 희생자들을 놀리려는 게 아니다. 될 수 있으면 당시 동독 일상을 진짜처럼 꾸미려 할 뿐이다. 우리 호텔은 역사 박물관이 아니라 휴가 기분을 느끼는 곳이다”라고 반박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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