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반체제인사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영국과 러시아 사이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외국의 선전 방송"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내에서 BBC 방송의 방영을 중단시켰다.
모스크바 FM 방송국은 BBC 러시아 서비스의 방송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하루 6시간 방송되는 BBC 프로그램을 듣는 모스크바인들은 대부분 FM 신호에 다이얼을 맞춘다.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BBC 러시아 서비스는 리트비넨코 사망 당시에도 "기술적인 결함"이라는 미심쩍은 이유를 들어 방송을 중단시킨 바 있다.
BBC 방송은 그러나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중파와 단파 주파수로 들을 수 있고, 인터넷판인 bbcrussian.com을 통해 접할 수 있다.
BBC 글로벌 뉴스의 리처드 샘브룩 이사는 이 결정을 재고해 주도록 러시아 방송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러시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도록 BBC 월드 서포트의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말 런던에서 방사성 물질에 중독돼 사망한 리트비넨코 사건 이후 양국관계가 외교관 맞추방 조치 등으로 냉전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결정을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고 타임스는 말했다.
BBC의 방송 중단은 러시아에서 독립적인 혹은 비판적인 언론사들에 대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디어 탄압 정책을 따르는 것이라고 타임스는 말했다.
푸틴 대통령 취임 후 모든 TV 방송과 대다수 신문, 라디오 방송이 크렘린 비판을 중단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취임 후 모든 TV 방송과 대다수 신문, 라디오 방송이 크렘린 비판을 중단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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