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린이들이 ‘어린이 놀이도시’에서 빵을 만들며 제빵사 직업체험을 하고 있다.
[통신원 리포트] 슈투트가르트
‘요리사는 어제의 직업, 이번엔 청소부로 근무해볼까.’ 스테판 욕(10)은 오늘 청소부를 택했다. “쓰레기가 많이 쌓이면 도시에 나쁜 냄새가 나잖아요. 깨끗하게 생활하려면 청소를 해야죠. 청소차 타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고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넥카강 주변 1만5천㎡의 터에 30개의 상점과 시청·경찰서·소방서 등 공공시설을 포함한 ‘어린이 놀이도시’가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매주 월~토요일 500명의 어린이가 주민으로 활동하며, 3주에 걸쳐 어린이 1500명이 도시체험을 한다. 슈투트가르트 유겐드하우스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조직하며 기업들의 협찬으로 시설을 충당한다. 이 도시의 주민은 6~12살 어린이들이다. 어른들은 도시 밖에서 머물거나 일주일에 딱 한번 정해진 시간에만 손님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약국, 빵집, 정육점, 은행, 병원들이 실제와 똑같은 모델로 설치돼 있는 어린이 도시에서는 체험학습을 통해 장래 희망 직업을 미리 경험해본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피자도 만들고, 빵도 굽고, 매일 생기는 쓰레기들을 청소해야 한다. 이 도시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슈투기’다. 어린이들은 각자 택한 직업에서 일한 시간당 급료로 하루 최대 30슈투기까지 받는다. 이렇게 받은 돈으로 극장에서 영화(5슈투기)를 볼 수도 있고,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피자 등을 사먹는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견해 차를 조정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곳에 상주하는 사회교육자들은 안전문제가 아닌 이상 불필요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한다. 어린이 도시에도 파업이 있을까? 이곳에서 매일 발행되는 슈투텐신문에 따르면, 도시 주민들이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일이 생겼다. 선거로 선출된 뮐만 카르스텐(12) 시장은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을 높이면 결국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우리 도시의 재정이 바닥나 우리 모두 파산할 것”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설득한다. 이 도시를 만든 울리케 와인즈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왜 의회가 구성되고 시장이 선출돼야 하는지를 어린이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귀용 통신원 hanguiyong@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