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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화염 휩싸인 그리스’…산불로 44명 사망

등록 2007-08-26 10:01

강풍으로 불길 번져, EU 지원 속 국가비상사태 선포

그리스에서 10년 내 최악의 산불이 반도 전역을 휩쓸며 최소 44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긴급 지원에 나선 가운데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중심으로 그리스 전역에서 불길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카라만리스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오늘은 국가적인 비극의 날"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 악마(산불)를 저지하고 파괴된 것을 복구하기 위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야당은 정쟁 중지를 선언했으며, 주말 프로 축구 경기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현재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은 그리스 남부의 펠로폰네소스 지역으로 반도 서쪽의 자카로 지역에서는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37명이 숨졌다.

특히 이 곳에서는 전날 밤 실종됐던 어머니와 자녀 4명의 시신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으며, 소방수 3명의 사망도 확인됐다.

전날 타이게토스산에서 발화, 북서 방향으로 급격히 번진 이날 산불로 10개 지역 마을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스파르타와 칼라마타를 잇는 고속도로도 전면 폐쇄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해 마을 주민 13명이 숨진 아르테미다 인근에는 불에 완전히 타버린 자동차와 하수구에 처박힌 트럭, 오토바이 잔해들이 도로에 흩어져 있는 등 참혹한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소방 대원들이 전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모여드는 마니 반도에서도 주말 행락객과 소방대원 등 6명이 희생됐다.

소방 당국과 군은 비행기 11대와 헬기 7대, 소방대원 800명, 군인 400명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불기둥에 휩싸인 마을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강한 바람이 계속돼 헬기 운행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리스 정부가 전날 EU에 도움을 요청한 가운데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등이 화재 진압용 항공기 및 헬기 등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라의 소피아 모트소 시장은 "우리가 지금 재난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에비아 등 섬 지역의 화재 진압을 위해 페리에 소방차를 싣고 섬까지 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소 3개 마을에서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떠나야했다"고 밝힌 소방 당국의 니코스 디아만디스 대변인은 지난 밤 새로 화재가 일어난 몇몇 지역의 경우 방화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 6-7월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 이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수천 ㏊의 숲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며, 소방 당국의 늑장 대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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