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총리 취임2년 중간평가…국민 76%가 “만족”
“선거 전보다도 높은 인기 독일 사상 처음”
경제 호황 타고 외교·육아·빈곤정책 호평
“선거 전보다도 높은 인기 독일 사상 처음”
경제 호황 타고 외교·육아·빈곤정책 호평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높은 인기를 누리며 집권 중반기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각종 조사나 언론 평가를 종합한 메르켈의 ‘중간평가’ 결과는 합격점이다.
여론기관 엠니트 조사결과, 독일 국민 76%가 메르켈에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간 〈빌트〉가 최근 보도했다. 2005년 11월 취임 뒤 2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그의 인기가 이렇게 높은 것은, 상당수 정상들이 취임 6개월~1년 사이에 지지도가 뚝 떨어지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클라우니 쇼프너 엠니트 소장은 “총리가 선거 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독일 역사상 처음”이라며 “메르켈 총리가 올해 유럽연합 의장을 맡으며 역할을 잘 해냈고,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잘 이끌었던 게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주간 〈슈피겔〉은 “통찰력, 겸손한 ‘가정주부’의 이미지에 행운까지 겹쳐 메르켈이 과거 7명의 남성 전직 총리보다 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카메라 앞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과 서툰 말솜씨로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던 취임 초와 비교할 때 요즘 메르켈은 ‘환골탈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달라졌다.
메르켈 인기의 비결은 무엇보다 경기호황이다. 독일의 재정은 올 상반기 12억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1990년 통일 뒤 첫 흑자 반전이다. 사회·환경 정책에서 지난 사민당 정권의 틀을 유지해, 야당 지지자 등의 마음도 얻고 있다. 탁아소를 대폭 늘리고, 부모 수당을 도입하는 등 실효성 있는 가족정책을 펴 출산율 저하를 막는 데도 기여했다. 실업수당, 저소득층을 위한 자녀수당을 인상하는 등 빈곤층을 위한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다른 이유는 외교적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메르켈은 올 상반기 유럽연합 의장국 수반으로서 특유의 외교력을 과시했다. ‘개정 조약’이란 틀을 제시해, 사장될 위기에 놓였던 유럽연합 헌법 제정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주도적 구실을 했다.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달리, 조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온실가스 감축 합의에 끌어들였다. 유럽연합과 G8 정상회담에서 환경문제를 이슈로 만들어내는 지도력도 발휘했다. 녹색당 지지자들이 그에게 환호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메르켈을 성공한 총리의 반열에 올려놓은 경기호황은 지난 사회당 정권이 이룬 사회복지 개혁의 뒤늦은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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