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야가제타>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러 검찰 “체첸 조폭·러 경찰 등 10명”…동기·배후 설명 미심쩍
국제 여론의 공분을 자아낸 러시아 여기자 피살사건의 범인 10명이 체포됐다고 러시아 검찰이 27일 밝혔다. 하지만 범행 동기와 배후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지 않아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유리 차이카 러시아 검찰총장은 지난해 10월 <노바야가제타> 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전·현직 경찰과 연방보안국(FSB) 요원, 체첸 출신 범죄조직 구성원 등 10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차이카 총장은 “이들은 체첸 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 두목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현직 기관원들은 폴리트코프스카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차이카 총장은 “러시아의 위기를 부추기려는 목적”의 범행이며 “폴리트코프스카야 제거에 관심을 뒀던 이들은 러시아 국경 밖에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 동기와 배후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검찰은 피의자들이 2004년 <포브스> 러시아어판 편집장, 지난해 중앙은행 부총재 청부살해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바야가제타> 쪽은 한편으로 환영의 뜻을 비치면서도 “정치적 간섭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의 로만 실레이노프 탐사보도팀장은 검찰 발표가 “옛 소련 시절에 모든 문제는 서방 탓으로 돌리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이 폴리트코프스카야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국외에 있는 대통령의 정적들한테 책임을 돌리려 한다는 얘기다.
수십만명이 희생된 체첸 전쟁 현장을 누비며 참상을 고발하고 러시아와 체첸공화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폴리트코프스카야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머리에 권총 여러발을 맞고 숨졌다. 청부살해를 사주한 세력과 관련해 양쪽 정부 모두가 의심을 샀다. 그가 숨진 날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었고, 이틀 전은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당시 총리)의 생일이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