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닷새째를 맞고 있는 그리스 산불이 27일 펠로폰네소스 반도 한 마을의 교회로 번지고 있다. 펠로폰네소스/AP 연합
개발 노린 방화…정부 흠집내기
9월 총선 최대 쟁점으로…혐의자 33명 체포 7명 기소
9월 총선 최대 쟁점으로…혐의자 33명 체포 7명 기소
그리스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 28일로 닷새째가 됐지만 큰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아직 통제 불능 상태로 산불이 어디로 번질지 모른다”고 밝혔다. 피해가 커지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책임론과 음모론이 불붙고 있다. 그리스는 9월16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불붙는 정치공방=적어도 6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불은 선거 최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산불의 주요 원인이 숲을 태운 뒤 개발하려는 방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불은 지난 주말 150곳 넘는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는 고압선 화재, 20%는 사람의 실수, 나머지는 개발을 노린 방화다”라는 전직 관료의 분석을 27일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별장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 수도 아테네 주변 지역에서 개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6404건의 산불이 일어나, 지난해 연간 4631건보다 크게 늘었다.
일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을 흠집내려는 음모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방화행위를 반테러·조직범죄법으로 수사·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간 것도 정부의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방화 혐의 등으로 33명을 붙잡아 7명을 우선 기소했다.
야당은 정부가 산불대응 미숙의 책임을 방화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사회당 당수는 “정부는 행정붕괴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희생자인 척하면서 음모론을 꺼내고 있다”며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부닥쳤던 각종 위기처럼 산불 사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총체적인 무능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약 2천명의 좌파 지지자들이 정부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산불 키운 기후=건조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부 유럽이 올해 가뭄을 겪어 숲은 가뜩이나 바짝 마른 상태다. 산불은 현재 13만 에이커의 산림과 농지를 불태우고, 이웃 불가리아와 알바니아로 번져가고 있다. 그나마 시속 70㎞로 불던 바람의 세기가 50㎞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희망을 주고 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펠로폰네소스 반도 일부 지역은 불길이 잡히고 있다. 유럽 각국이 지원한 소방장비도 잇따라 도착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금융지원 및 세금감면, 주택복구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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