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이 다음달 21일 총선을 겨냥해 만든 이 포스터는 스위스 국기 위의 흰 양이 검은 양을 뒷발로 쫓아내는 내용이다.
총선 겨냥해 우파 다수당 제작…유엔 “해명하라”
평화적 중립국가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에서 인종차별적 선거 포스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포스터를 만든 우파 스위스 국민당(SVP)은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하원 제1당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국민당이 다음달 21일 총선을 겨냥해 만든 이 포스터(사진)는 스위스 국기 위의 흰 양이 검은 양을 뒷발로 쫓아내는 내용이다. 포스터에는 “더 나은 치안을 위해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당은 지난달 말부터 벽보, 이메일, 신문 등에 이 포스터를 쓰고 있다. 유엔은 “새로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증가를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라고 비난하면서 스위스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당은 외국인 가정에서 가족 가운데 누구라도 폭력·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가족 모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오고 있다. ‘연좌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법이다. 국민당은 일자리가 없는 가난한 외국인 청소년들의 범죄율이 스위스인보다 4배 이상 높다며,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민당은 이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 필요한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파 지지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당은 2004년 총선에서도 스위스 여권이 가득찬 항아리로 검은 손을 뻗는 포스터를 제작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국민당 출신의 법무장관은 인종차별금지법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일반 국민들의 비난은 거세지 않은 상태며, 일부 포스터에 “수치”라며 비난하는 글이 쓰여지는 정도다. 〈인디펜던트〉는 “이 법안이 스위스뿐 아니라 전 유럽에 자유적 다문화와 보수적 격리주의를 갈라놓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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