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보수 여당, 산불 위기 딛고 재집권 성공

산불도 재집권 못막아(연합)

300석 가운데 154석 얻을 듯..사회당 추격 따돌려
극우 정당, 군사 정권 붕괴 후 첫 의회 진출 성공

그리스의 보수 여당인 신민주당(ND)이 지난 여름 사상 최악의 산불과 금융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승리,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리스 선거위원회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은 17일 실시된 총선에서 약 80%가 개표된 가운데 약 43%의 득표율을 기록, 38%에 그친 제1야당 사회당(PASOK)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민주당은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154석을, 사회당은 103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신민주당은 연정 없이 단독으로 차기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대형 산불 발생에 따른 정부의 신뢰도 하락으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신민주당과 사회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 포인트로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막판 여당이 상당수의 부동표를 흡수, 사회당의 추격을 뿌리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라만리스 총리는 선거 전 절대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연정 구성보다는 재선거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그러나 신민주당은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165석을 차지했던 2004년 집권 당시와 비교하면 지지율에서 약 2.4%, 의석수에서는 11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의 지지율이 감소한 대신 공산당(KKE)은 7.32%로 19석, 극우 정당인 라오스(Laos)는 3.39%로 9석, 좌파 연합은 4.37%로 12석을 각각 차지, 그리스 의회는 모두 5개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

그리스에서 극우 정당이 의회에 입성한 것은 197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이 붕괴한 이후 처음이다.

신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아테네 시내 곳곳에서 모여 당 깃발을 흔들며 일찌감치 자축 분위기에 휩싸였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사회당 총재는 "우리 당은 열심히 싸웠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권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신민주당이 산불 위기를 딛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년 반 동안의 경제적 치적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 3년 간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4% 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2004년 11.3%에서 올해 7.7%까지 낮아지는 등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카라만리스 총리의 2기 정부는 향후 경제 개혁 지속과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연금 제도 개혁, 부패 척결, 산불로 인해 추락한 행정 신뢰도 회복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일간 카티메리니의 편집장인 알렉시스 파파첼라스는 "카라만리스 총리는 최근 산불과 금융 스캔들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지지도를 유지했다"며 "향후 의석수 감소와 당내 분열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개표에 앞서 실시된 출구조사에서도 신민주당은 40.2-43.7%의 득표율로 야당인 사회당(36.5-39.8%)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투표율은 72.47%를 기록했다.

권혁창 특파원 [e-mail] (부다페스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