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지역의 상징인 사자와, 왈로니 지역의 상징인 수탉이 벨기에 국기를 놓고 싸움을 벌이다 국기가 찢기는 그림으로, 벨기에 언어권 간의 갈등을 표현했다. 출처: blogowogo.com
심상찮은 벨기에 ‘분리독립’ 움직임
벨기에의 분리독립 논란이 심상찮다.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랑드르 지역과 프랑스어를 쓰는 왈로니 지역의 해묵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벨기는 두 언어권의 갈등으로 총선이 끝난 지 100일이 넘도록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언어·경제 격차로 플랑드르-왈로니 대립 날로 격화
양쪽 ‘교집합’ 브뤼셀이 분리 버팀목…EU 파장 우려
벨기에 언어권 분포
경제적 격차도 큰 문제다. 인구 600만명의 북쪽 플랑드르 지역에선 ‘왜 우리가 못사는 왈로니 지역을 먹여살려야 되나’라는 불만이 높다. 인구 350만명의 남쪽 왈로니 지역의 실업률은 14%로, 플랑드르 지역의 2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체 예산의 15%를 플랑드르의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식기반 산업이 뿌리내린 플랑드르 지역의 사람들은 왈로니 사람들을 “게으르다”거나 “혜택만 빨아먹는다”고 비난한다. 지난 8월 조사에선 플랑드르 주민의 46%가 독립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쇠락한 광산, 철강, 석탄 산업 위주의 왈로니 지역도 과거 이들 산업이 번창했을 때는 플랑드르 지역을 무시했다. 분리독립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현지 신문들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사례를 잇따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1993년 1월 평화적으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갈라선 체코슬로바키아처럼,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는 게 불행한 ‘결혼’보다 낫다는 것이다. ■ 연결고리 브뤼셀=분리독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쓰는, 이중언어 지역인 수도 브뤼셀이다. 지역적으로는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랑드르에 속하지만,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플랑드르 지역이 분리독립을 원하지만, 그렇게 되면 브뤼셀은 왈로니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브뤼셀은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어 ‘유럽의 수도’로 불린다. 양쪽 모두 양보하기 어렵다. 플랑드르의 유력 정치인 바트 드 웨버는 “마지막 걸림돌인 브뤼셀이 없었다면 벌써 갈라섰을 것이다”고 말했다. 분리독립을 한다면, 공공부채를 어떻게 나눌지 등도 고민거리다. 벨기에의 공공부채는 2006년 국내총생산의 87%였다. 1998년 벨기에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148일이 걸린 사례에 비춰, 분리독립은 먼 훗날 얘기라는 지적도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벨기에가 분리된다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하나로 묶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눈물로 끝날 수 있다”며 유럽 전역에 끼칠 파장을 우려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