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이 나돌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결국 이혼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18일 “사르코지(52) 대통령과 세실리아(48) 부인이 상호합의 아래 결별했다”며 “두 사람은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짧게 발표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결별’은 ‘이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848년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 이혼을 한 첫 지도자로 기록되게 됐다.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며칠 전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이 곧 이혼할 것이라는 소문과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몇몇 주간지 등은 이미 이혼 절차가 이번주초 시작돼, 지난 15일 사르코지 부부가 법원에 출두해 판사와 이혼 절차를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2005년 세실리아가 광고회사 간부와 함께 뉴욕 맨해튼 거리를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몇 달 동안 별거한 적이 있으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화해했다. 당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대통령 선거 전까지 겉으로만 화해한 것처럼 행동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세실리아는 남편의 대통령 당락이 걸린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나왔다. 세실리아는 지난 5월 사르코지의 대통령 취임 뒤에도 공식석상에 거의 함께 등장하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현재까지 공식석상에 단 세차례만 동행했으며, 지난 7월 중순 이후 공식석상에 함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6월 주요8국 정상회담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는 딸 생일잔치에 참석한다며 혼자 돌아오기도 했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8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별장에 초청받았을 때 동행하지 않고 쇼핑을 가는 등의 튀는 행동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세실리아는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남부러운 명예를 박차고, ‘개인 세실리아’라는 평범한 여자의 길을 택했다. 세실리아는 자유분방하기로 소문이 났으며, 현지 언론들은 개성이 강한 세실리아가 전통적인 대통령 부인 노릇을 거부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모델 출신의 세실리아는 “나는 스스로 대통령 부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틀에 박힌 그 생활은 나를 귀찮게 할 것이다”, “전투복 바지에 카우보이 부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실리아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7월 리비아를 방문해, 수감돼 있던 불가리아 간호사의 석방을 끌어내는 등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실리아의 석방활동 뒤 ‘자격’ 논란이 불거졌고, 세실리아는 ‘대통령 부인이면 부인이지, 무슨 자격으로 외교문제에까지 나서느냐?’ 식의 비난에 크게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리아의 친구 이사벨 발카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세실리아는 신념에 가득찬 사람으로, 자신이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뭔가를 하는 게 필요한 사람”이라며 “전형적인 대통령 부인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세계사에 기록될 이별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세실리아가 1984년 뇌이 쉬르 센에서 첫 결혼식을 할 때 주례를 본 당시 사르코지 시장이 첫눈에 반했다. 사르코지가 12년 동안 따라다닌 끝에 두 사람은 결합했다. 둘은 이렇게 운명적으로 만났지만, 결혼 11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결국 헤어졌다. 이들 부부는 모두 각각 두 자녀를 데리고 1996년 재혼했으며, 둘 사이에 10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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