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중도우파 야당 시민강령 제1당 올라
말 많고 탈 많던 폴란드의 쌍둥이 총리가 결국 물러나게 됐다.
21일 치러진 폴란드 조기총선 출구조사 결과, 형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총리와 동생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우파 ‘법과 정의당’(PiS)은 31%에 득표에 그쳐, 44%를 얻은 중도우파 야당 시민강령(PO)에 제1당을 내줬다. 카친스키 총리는 1년여만에 물러나게 됐고, 새 총리에는 친기업, 친유럽 성향의 ‘시민강령’ 도날트 투스크 당수가 오르게 됐다.
형 카친스키는 2005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한 동생에 이어 지난해 7월 총리에 올라, 쌍둥이 형제 대통령-총리 체제를 탄생시키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낙태 금지 강화 등 우경화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유로화 도입 반대 등 유럽연합(EU) 안에서 고립적 외교정책으로 민심을 잃었다. 올해 유럽연합(EU) 개정조약 합의 때도 폴란드의 투표권이 축소된다는 이유로 가중다수결제 도입에 끝까지 반대해 비난을 자초했다.
<가디언>은 카친스키 총리가 “공격적 민족주의로 국내외에서 적을 만들고, 독일과 러시아에 되풀이해서 싸움을 걸어 유럽연합 안에서 골칫거리 외톨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투표율이 1989년 공산주의 붕괴 뒤 최고치인 55%를 기록한 것도 국민들이 카친스키 형제를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카친스키 총리는 연정 상대인 자위당 출신 각료를 모두 해임한 뒤 2년 앞당겨 실시한 총선에서 참패했다.
한편, 같은 날 실시된 스위스 총선거에서 극우 스위스 국민당의 인종주의 선거운동 전략이 먹혀들면서, 출구조사 결과 28.85%를 기록해 2003년 총선 당시 26.7%에 비해 2.1% 포인트 높은 득표로 제1당의 위치를 지키게 됐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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