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팔 전투기를 어찌할까’ 프랑스 잇단 수주실패에 부심

모로코서도 미국에 밀려..태스크포스 구성 인도 공략 채비

차세대 전투기 라팔을 어떻게 해야 하나?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세계 2-3위를 자랑하는 무기수출 대국의 자존심을 내걸고 독자 개발한 최신예 라팔 전투기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다소사(社)가 개발한 이 전투기는 유럽 여러나라들의 유로파이터 계획에서 탈퇴한 뒤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선보인 차세대 기종이나 13년째 해외 수출실적이 전무하다.

특히 프랑스의 '뒷마당'으로 통하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마저 라팔을 외면하고 나서 프랑스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그것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모로코를 방문해 라파엘 전투기의 홍보에 열을 올렸음에도 미국 록히드사의 F-16s 기종으로 기운 모로코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해 그 충격의 강도는 더 컸던 것으로 여겨졌다.

모로코 방문에 나설 즈음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모로코의 경제일간 레코노미스트와 회견을 하고 "라팔 전투기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예 전투기"라면서 "모로코에 우리의 최고 수준의 전문기술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아시아 시장을 미국에 빼앗긴 전례가 있어 모로코에서 또다시 패배해서는 안된다는 전의가 실린 행보로 보였다.

그러나 모로코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런 정성을 외면하고 라팔 전투기보다 가격이 싼 F-16s를 구매하기로 했다.

라팔 대신에 프랑스는 20억 유로 규모의 초고속 열차 TGV를 비롯해 프리깃함과 140대의 장갑차와 25대의 헬리콥터 등 군수장비를 모로코에 안기는데 성공했지만 전투기 수주경쟁에서 패배한 아픔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군수산업 소식통과 군사 전문가들은 대(對) 모로코 무기거래를 장황하게 자랑하고 있는 정부관리들과 달리 라팔 전투기를 1대도 판매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수주경쟁은 프랑스가 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즉각 무기수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대통령궁 고위 관리들이 전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24일 전했다.

이런 신속한 대처는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기 수주경쟁에 대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인도의 전투기 구매를 앞두고 라팔을 앞세운 프랑스와 미국 외에도 러시아, 스웨덴, 유럽의 유로파이터 컨소시엄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전투기 등 첨단 무기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향후 5년간에 걸쳐 400억달러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져 무기 대국과 쟁쟁한 방산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프랑스는 더이상 자존심이 구겨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보인다. 계속 판매경쟁에서 뒤지면 라팔의 명성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와 미국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과 달리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이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국방무기 판매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라팔 전투기의 해외수출은 다소 외에도 군수무기 수출기구인 DGA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프랑스 정부는 이들을 상대로 모로코에서 전투기 판매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비공식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소와 DGA측은 이에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