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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 앞으론 “열린시장” 뒤로는 “보호주의”

등록 2007-10-25 20:15수정 2007-10-25 23:20

경영권 방어 위한 ‘폴크스바겐법’ 무효 판결 불구
선거 의식해 외국기업 기간산업 인수 저지 나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자국 산업 보호 강화로 ‘열린 국경’이라는 구호가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가 23일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려 보호주의에 철퇴를 가했지만,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보호주의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고 독일 <슈피겔>이 보도했다. 프랑스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드프랑스’를 사들이려는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넬의 시도는 프랑스 대통령의 직접 개입으로 좌절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이 회사를 프랑스 수도·전기 회사인 쉬에즈와 합병시켜 외국 기업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독일 에너지기업인 에온(E.ON)이 스페인 전기회사 엔데사 인수 움직임을 보이자마자, 스페인 정부는 인수를 막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유럽 나라들의 보호주의 강화는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인수·합병이 고용 불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법 무효화로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을 인수·합병 시장에 노출하게 된 독일 연방정부는 법률 개정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법률 전문가들의 말을 따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금속노조(IG메탈) 위르겐 페터스 위원장은 “폴크스바겐의 고용 유지는 연방정부의 손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최대 지분(31%)을 갖고도 폴크스바겐법에 묶여 있던 포르셰가 경영권 행사에 나설 경우에 대한 불안감의 표현이다.

보호주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을 때 들어올 수 있는 유럽 이외 세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럽연합은, 내부적으로는 국경을 열더라도, 미국·중국·러시아 등의 유럽 진출은 막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의 에너지 분야는 러시아의 가스프롬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자유무역지대(FTA) 구축을 목표로 회원국 정부들이 보유한 민간기업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05년 말까지도 ‘황금주’ ‘차등의결권 주식’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로 회원국 정부에 의해 ‘보호’받는 기업은 141곳으로 추산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찰리 맥크리비는 “회원국들이 보호주의를 뿌리뽑으려는 경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폴크스바겐법= 1960년 제정된 폴크스바겐법은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의결권을 20% 이상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지분 20%를 보유하면 주요 의안에 대한 저지권 행사를 허용했다. 이를 통해 폴크스바겐은 최대주주가 누군지에 상관없이 주식 21%를 보유한 니더작센 주정부가 앞장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았고, 사실상의 ‘노사일체’ 경영이 가능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폴크스바겐법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있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 23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를 인정했다. 단어 자체가 ‘국민차’를 의미하는 폴크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의 상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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