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논란이 일고 있는 프랑스 루앙시 박물관의 마오리족 머리 미라. 루앙시는 사진 촬영을 거부하고 머리 미라의 스케치만 24일 언론에 공개했다. 루앙/AP 연합
프 루앙시 “신체 밀거래 야만적” 뉴질랜드에 반환 추진
문화부 ‘예술품 반환 선례될라’ 반대소송…법원 “보류”
문화부 ‘예술품 반환 선례될라’ 반대소송…법원 “보류”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된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의 문신을 한 머리 미라. ‘토이 모코’로 불리는 이 미라는 프랑스의 문화유물인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원주민 유골인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방 루앙시가 최근 미라의 반환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프랑스 문화부가 반환금지 소송을 제기해, 루앙시 행정법원은 24일 “반환 보류”를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올해 말까지 나온다.
루앙시는 머리 미라가 예술품이 아니라 신체 일부이며, 프랑스의 생명윤리법에 따라 돌려보내야 한다고 반환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스테판 마르탱 루앙시 부시장은 “이 미라는 야만적인 인간 신체의 밀거래와 다른 종족에 대한 근거없는 우월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박물관 폴 탑셀 관장도 “인간의 신체를 거래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윤리적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환 거부를 비판했다.
반면, 프랑스 문화부는 미라가 국가 문화유산이라며, 반환에 앞서 정부 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마오리족 머리 미라 4개를 보관하고 있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의 스테파니 마틴 관장도 “고대 예술품을 뉴질랜드로 보내 땅에 묻어 파괴하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논란이 약탈 문화재 반환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 미라, 기메 박물관의 아시아 보물, 케 브랑리 박물관의 아프리카 고대 예술품이 반환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게 프랑스 정부가 반환에 반대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전통적으로 전사가 전투에서 숨지면,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문신을 새긴 머리를 미라로 보관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의 인간 유골은 유럽 등지에서 주요 소장품으로 거래됐다. 이런 끔찍한 거래는 19세기 초반 불법화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특히 문신한 마오리 전사가 머리 거래를 목적으로 살해되거나, 노예들이 강제로 문신이 새겨진 뒤 목이 잘리기도 했다. 문제의 머리 미라는 한 수집가가 1875년 루앙시 박물관에 기증했다.
뉴질랜드 테타통가웨라 국립박물관은 1992년 이후 각국에 마오리 전사의 머리 미라 반환을 요청했고, 지금까지 30여곳이 반환에 나섰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미국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이 돌려줬다. 〈뉴질랜드헤럴드〉는 무덤 등에서 도굴된 토이 모코 약 200개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다고 25일 전했다.
앞서 프랑스는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역사의 상징인 ‘호텐토트 비너스’를 200년 만에 반환했다. 프랑스는 19세기 유럽에서 ‘인간 전시품’으로 이용된 남아공 원주민 호텐토트족 여성 사르지에 바트만의 주검을 해부한 뒤 뼈와 성기, 뇌를 파리 인류박물관에 보관해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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