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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탈리아 ‘외국인 추방령’ 갈등 확산

등록 2007-11-06 19:37

사회 보호? 이민자 낙인?
살인등 범죄연루 이유로 루마니아인 30여명 쫓아내
이탈리아 “공정한 조치”-루마니아 “외국인 혐오증”

이탈리아가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들을 잇따라 추방해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31일 전과자 등 ‘사회적 위협이 되는 유럽연합 회원국민’에 대한 긴급 추방령을 내린 뒤, 루마니아인 30여명을 추방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해군 장교의 부인이 루마니아 이민자에게 심하게 맞아 숨진 사건을 계기로,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를 집중적으로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특정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잘못 때문에 한 나라를 범죄시해서는 안된다”면서도 “더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답할 의무가 있다. 추방령은 필요하고 공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파 정치인들도 “당장 2만명을 추방해야 된다”고 거들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가뜩이나 루마니아 이민자에 대해 쌓여온 이탈리아인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2일 루마니아인 3명이 집단폭행당하는 보복사태까지 발생해 ‘외국인 혐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루마니아인은 이탈리아에 34만2천여명이 사는 최대 이민자집단으로, 대부분 벽돌공, 가정부 등으로 일하면서 빈민가에 모여 산다. 지난해 로마에서 일어난 살인·강도·성폭력 등 각종 범죄 가운데 75%에 루마니아인이 관여됐다고 로마시는 밝혔다. 특히, 올해 루마니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이탈리아인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루마니아 쪽은 발끈했다. 컬린 포테스쿠 터리체아누 루마니아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혐오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럽연합(EU)도 “전과기록이 추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그룹을 추방하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 총리는 7일 직접 만나, 이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유럽연합이라는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27개 회원국 사이의 경제적 격차에 따른 뿌리 깊은 반감은 여전하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올해 유럽연합에 가입한 루마니아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3830달러로, 이탈리아 3만10달러(이상 2006년 세계은행 통계)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비슷한 사태가 다른 유럽 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탈리아 등 부자 회원국들은 루마니아 등 가난한 회원국 이민자들이 자국의 밑바닥 경제를 떠받친다는 점이 고민이다. 긴급 추방령을 도입한 프로디 총리도 “인구감소를 고려할 때 이민을 중단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민자가 없다면 이탈리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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