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며 파트타임·재택·집중근무 중 택일케
영국 정부가 자녀를 둔 가정을 위한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6일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회 개원연설에 맞춰 공개한 ‘일과 삶의 균형’ 정책에서,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많게는 17살 이하 자녀를 둔 가정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확대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93%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자녀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파트타임 △집중노동 주간 △일감 나누기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로, 2003년에 도입됐다. 현재는 6살 미만 아동이나 18살 미만 장애아를 둔 부모만 적용을 받는다.
이 제도의 시행이 확대되면 자녀의 고교 졸업 때까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좀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전망이다. <가디언>은 최대 450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총리실은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도 자신이 집권하면 18살 미만 자녀를 둔 가정으로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적용 대상 노동인구 가운데 22%인 100여만명이 탄력적 노동시간제를 요청해 90%가 자신들에게 맞는 노동 형태로 전환했다. 또 2002년 아이를 낳은 여성 노동자들 가운데 20% 미만이 탄력적 노동시간제로 일했지만, 도입 뒤에는 그 비율이 50% 가량으로 늘었다. 다양한 근무 형태를 택할 수 있게 되자, 아이를 낳은 뒤 원래의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여성의 비율은 40%에서 20%로 줄었다. 노동자의 탄력 노동 요청에 대해 사용자는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거부 사유가 타당하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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