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파시스트보다 뱀이 인간에 가깝다” 스페인 전총리 비난
카를로스 국왕 “입 좀 닥치지”…자리 박차고 나갔다 돌아오기도
카를로스 국왕 “입 좀 닥치지”…자리 박차고 나갔다 돌아오기도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입을 닥치라고 소리치는 사건이 일어나 눈길을 끌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유럽과 중남미의 스페인·포르투갈어권 정상들이 모인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10일 스페인과 베네수엘라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도발은 차베스 대통령이 시작했다. 그는 ‘쿠바와 거리를 두라’고 충고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파시스트나 인종주의자보다는 뱀이 더 인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에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자신의 발언 때 “대화의 원칙이 있다. 존중해야 한다. 아스나르 총리는 스페인 국민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사파테로 총리의 발언에 자꾸 끼어들자 그 옆에 앉아 있던 카를로스 국왕의 짜증이 폭발했다. 그는 차베스 대통령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 좀 닥치지?”라고 버럭 소리쳤다. 미첼레 바첼레 칠레 대통령이 “자,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렸지만, 사파테로 총리와 차베스 대통령의 언쟁은 한동안 계속됐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카를로스 라헤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이 차베스 대통령을 거들어 중남미의 스페인 기업을 비난하자, 카를로스 국왕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되돌아오기도 했다.
스페인 <엘파이스>는 “아스나르 전 총리가 카를로스 국왕과 사파테로 총리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뒤 “어떤 국가 정상도 다른 나라 정상에게 ‘입 다물라’고 할 수 없다. 나도 국가 최고 지도자다”라고 말했다고 베네수엘라 <엘나시오날>이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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